‘멋진 74세’ 계명고 3학년… 그녀의 꿈은 계속된다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으로 전국이 떠들썩하다. 올해 수능 지원자는 50만9821명으로 작년보다 1만6천여 명이 늘었고, 수능 당일 영어 듣기평가가 실시되는 오후 1시 5분부터 전국 모든 항공기 운항이 35분간 통제가 된다는 발표가 있었다. 초등학교부터 아니 유치원부터 수능을 준비해왔다는 학부모부터, 홀가분하게 시험을 치르겠다는 학생들까지 다양한 모습들이다.

여기 특별한 고3이 있다. 초롱초롱한 눈매와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영어가 제일 재밌다고 말하는 그녀. 마스크 너머로 전해주는 그녀의 학창 생활은 하루하루가 소중하며 특별한 순간이다. 계명고등학교 성인반 야간과정 여학생. 그녀의 나이는 74세. 학령기 때 경제적 상황 등으로 학업을 이어가지 못했지만, 지금이면 어떤가 이보다 더 감사한 시간이 없다는 그녀와 반 친구를 인터뷰했다. 11일(목) 오후 5시 아름다운 이들은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웠다.

‘멋진 74세’ 계명고 3학년… 그녀의 꿈은 계속된다

안녕하세요. 계명고등학교 졸업반인 3학년 김미희(가명, 74세)입니다.

안녕하세요. 계명고등학교 3학년 반장 정연숙(가명, 61세)이예요.

활기 넘치는 그녀들에게 좋아하는 과목을 물었다.

김미희 씨는 “영어가 재밌다. 알파벳을 배열해서 이런 소리가 나는 게 신기하다. 배우고 돌아서면 잊어버리지만 흥얼거린다”고 웃었다.

정연숙 씨는 “수학이 좋다. 어릴 적에도 수학을 좋아해서 그 시간을 기다리곤 했다. 다시 중학교, 고등학교 공부를 이어가고 있는데 굉장히 즐거운 시간이다”고 말했다.

계명고등학교는 교육부 방침에 따라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수능까지 고3은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최근 학교생활과 학업을 다시 이어가게 된 과정을 질문했다.

정연숙 씨는 코로나로 온라인 수업하느라 학교를 자주 못 나온 게 가장 아쉽다고 했다. “같은 반에 있기만 해도 추억이 쌓인다. 처음에 용기 내기가 쉽지 않았지만 망설이다 발을 내디뎠는데, 지금은 너무 좋다. 못다 한 꿈을 이제라도 이룬 것이 정말 감사하다. 벌써 고3이 됐다”며 미소지었다.

김미희 씨는 74세 여고생이다. “옛날에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졸업장이 있어야 중등부 공부를 시작하는데 여러 상황상 졸업장을 받을 수 없었다. 그래서 제일평생야간학교에 초등부로 입학했다. 그때 나이도 많고 창피한 생각도 들었는데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거 같다. 그렇게 초등, 중등과정 검정고시를 거쳤고, 공부를 계속하고 싶어서 여기저기 알아보다 수원에 이런 학교가 있는걸 알았다. 정말 코앞에 두고도 몰랐다. 평생 살아오면서 가슴 속에 묻혀있던 학업에 대한 그리움이 감사함으로 변했다”라며 학업을 이어가게 된 과정을 소개했다.

꿈을 이뤄가는 그녀들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혹시 고3 이후 계획이 있는지 물었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게 좋고 영어가 재밌다는 언니 김미희 씨는 “알파벳을 배열해서 이런 소리가 나는 게 신기하다. 배우고 돌아서면 잊어버리지만 늘 흥얼거린다. 중등부 다닐 때 대학교까지 다니려고 했지만, 지금 몸이 좋지 않아 당장 내년에 대학지원은 못 한다. 그래도 마음에 꿈은 계속 꾸고 있다” 라고 했고

동생인 정연숙 씨는 “가정도 돌보고 공부를 하는 게 쉽진 않았다. 하지만 저보다 나이 많으신 언니들을 보며 같이 힘을 낸다. 영어와 일본어를 더 배우고 대학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감사를 전할 기회를 드렸다.

김미희 씨와 정연숙 씨는 한 분 선생님만 좋아한다고 하면 다른 선생님들이 섭섭하게 생각하실 수 있다며 잠시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최선을 다해 가르치는 계명고 선생님 모두께 감사를 전한다. 내가 참 훌륭한 선생님을 만났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두 여고생의 얼굴엔 마스크 너머로 행복과 감사의 눈물방울이 맺혔다. 인터뷰 후 복도에서 만나 정회상 교감 선생님은 “왜 우나, 내가 울라고 안 했는데 연극 같다”라며 농담을 건내며 웃음을 지었다.

정 교감 선생님은 “주간 성인반에 비해, 야간 성인반 학생들은 일을 해야 해서 고단한 몸을 이끌고 수업에 임한다. 이들의 열정을 보며 선생님들은 더 격려와 위로로 가르치고 있다. 교사는 사회적 경험과 연륜을 학생들로 배우고, 학생들은 교사로부터 전문분야의 전공을 배운다”라고 말했다.

■ 활기찬 2학년 학생들

계명고등학교 야간 성인반 수업모습

  교사와 학생 서로가 배우는 학교, 고등학교를 중도탈락한 학생들이 다시금 학업의 시간을 이어가는 학교로도 알려진 계명고등학교는 학업 연결자로 자리하고 있다. 현재 학생과정인 주간 4학급(1~3학년)과 성인과정인 주, 야간과정 4학급(2~3학년) 등 총 239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첫 인터뷰에 이어 60대와 40대인 계명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 3명을 만났다. 오후 5시에 시작하는 1교시 수업에 늦지 않기 위해 이날도 서둘러 학교에 등교했다는 이들은 모두 가장이며 사업체를 운영하는 대표였다. 좋아하는 과목을 묻는 질문에 두 명은 체육, 한 명은 국어라고 답했다. 일과 삶에 학업 내용이 접목되는 게 신기하고 재밌다는 그들과 두 번째 인터뷰를 시작했다.

지금 학업을 도전한 이유가 궁금했다.

이찬우(가명, 60대) 씨는 사회생활을 하며 이루지 못한 꿈이 항상 마음에 남아있었다고 한다. “동사무소에 볼일 보러 갔다가 우연히 홍보지를 봤다. ‘아차 기회다!’ 싶었다. 평소 지나고 후회하지 말고 기회가 왔을 때 부딪치자는 소신이 있었다. 그래서 응어리진 걸 풀자. 배움으로 삶의 활력을 얻고 있고, 부귀로 얻을 수 없는 배움의 행복을 느끼고 있다.”

최도영(가명,60대) 씨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아버지가 가라고 한 고등학교에 안 갔다고 말했다. “놀기만 하고 사고 치고 그랬다. 작년 우리 집 우편함에 계명고등학교 소개 팸플릿이 놓여있었다. 그것도 보고 지인도 소개해 줘서 왔다. 아들도 딸도 다 대학 나왔는데, 인제 와서 제가 고등학교 교무실에 접수하러 들어갈 땐 조금 쑥스러웠다. 아빠가 고등학교 다닌다는 걸 숨기고 싶었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 수업하느라 다 들통이 난 거다. 지금은 아버지의 공부하려는 열정을 아이들이 좋게 보고 있다. 아내도 그렇고 긍정적인 게 많다.”

박대근(40대) 씨는 구속 받는 게 싫어서 중학교 2학년 때 집을 나왔고 자신 있었다고 했다. “중학교는 어찌해서 졸업했으나 사회 생활하며 고생을 많이 했다. 지금은 가정도 있고 사업체를 운영하는데 주위에선 대학을 졸업한 줄 안다. 사람들과 대화 중 학창시절 이야기에 낄 수가 없고, 커가는 아이들을 위해서도 아빠의 학업을 해결하고픈 마음이 있었다. 어느 날 아내와 차 타고 이곳을 지나다 학교 현수막을 본 거다. 야간고등학교. ’이거는 하나님이 이끌었다‘는 마음이 들어서 아내와 당장 들어갔고 일사천리로 입학을 결정했다.”

1학년을 보내고 2학년이 된 소감을 물었다.

학교다니는 것이 즐겁고 감사하다는 박대근씨, 바쁜 업무속에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처음엔 졸업장만 따면 되지, 야간이라는 느낌이 대충해도 될 거 같았다. 그런데 막상 같은 반 학생들의 열의를 보며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수업시간에는 아무 기억이 안 나는데 지나고 삶에서 기억이 난다. 2학년 저희 반에 40대부터 72세까지 19명이 공부하고 있다. 남학생이 5명. 경제활동을 해야 하기에 우리는 야간이 아니면 못 배운다. 그래서 야간이라는 게 우리와 딱 맞다”_ 박대근(40대) 씨

늦깎이 학업을 생각도 못 하는 분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배움엔 끝이 없다, “선생님들이 우리 눈높이를 최대한 맞춰 수업을 진행해주신다”, “부담으로 배움을 멈추지 않도록 끊임없이 이끌어주신다” 며 인터뷰한 고2 만학도들은 입을 모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실감케 한 야간반 고등학생들은 활기찼고, 진중했다.

내년이면 정년을 맞이하는 정회상 교감, 학업을 포기하지 않도록 학교가 이끌겠다고 말했다.

정 교감 선생님은 23년 계명고등학교의 교감직을 끝으로 내년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 “고등학교 정규과정을 마치고 자신에게 당당할 이들이 앞으로 사회 내 더 큰 역할을 해낼 것이 기대된다. 계명고등학교에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한편 계명고등학교는 2022학년도 성인반(주/야간) 학생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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