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를 향한 나의 첫 출조(出釣)였다.
세상사 연일 들려오는 우울한 뉴스에 젖은 마음 해풍에 널어 말리며 마음 한켠에 묻어두고 언젠가 한 번쯤은 해보고 싶었던 바다낚시를 하러 길을 나섰다. 낚시객이 많이 찾는 삼척 장호항은 삼국유사 수로부인의 설화에 나오는 헌화가의 발원지란다. 그곳에서 말수는 적지만 친절하고 우직해 보이는 낚시배 선장님을 따라나섰다. 그리 멀지 않은 장호항 앞바다에 닻을 내리고 선장님의 안내에 따라 낚시줄을 드리웠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옅어 보일 정도로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했다. 고기를 잡았다 놓아주기를 반복하면서 내가 바다에서 얻은 건 무엇이어야 했을까… 드넓은 바다는 강물을 품고 화해가 무엇인지 일러주었고 낚시는 아마도 기다림과 사색을 일러주는가 보다. 나는 감히 고래의 길을 알지 못하지만, 해면(海面)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속 처럼 경이로웠다.


눈부신 태양이 침전(寢殿)으로 드는 이 시간은 맑다. 그렇게 석양(夕陽)은 육지를 가득 채우고 부끄러운 얼굴을 물들이며 내 마음 가에도 와닿다가 소멸해 갔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겠지만 나는 이런 하루를 얼마나 더 반복할 수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 빛나는 계절의 태양, 나에게 주어진 일몰은 그렇게 저만치 시야에서 멀어져 갔다. 석양을 바라보는 이 순간만큼은 착한 짐승의 눈동자를 닮을 것 같다. 하루의 반을 넘어 저녁으로 가는 길목에서 우리의 삶은 가끔 그렇게 저녁노을처럼 하루, 하루 곱게 물들어가고 가슴 일렁이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군가를 이겨먹기 위한 하루가 아니라 평범한 하루가 가장 좋은 하루다.
밤마다 죽고 아침에 다시 태어나는 것이 우리들의 짧은 인생 일진데 인생을 시합처럼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바다 앞에 서면 이렇게 한없이 작아지는 것을…파도가 마음에 스며드니 시선은 바다와 하나가 된다. 바다를 눈에 담은 아이처럼 세상에서 밀려오는 소리도 저만큼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우리는 모두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어부다. 단지 물고기만을 낚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무언가를 경험하기 위해 이 세상에 왔으며 그 경험이 다할 때 이 세상을 떠날 것이다. 뱃머리를 항구로 돌리며 돌아가는 길에 몇 마리 잡았느냐고 하는 물음에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옅은 웃음뿐이었다. 달리기 출발선에 선 어린아이처럼 들뜬 기분으로 나온 첫 바다낚시였지만, 석양에 눈이 멀어 몇 마리를 잡았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하긴 바다에서 모르는 것이 어디 이것뿐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