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온서의 시선 8회] 관악산(冠岳山) 연주암을 가다.

박온서 (사)자치분권포럼경기화성 사무처장 (전 경기도청연정협력관 전문요원)

그리운 마음이 차오르는 곳 관악산 연주암

[박온서의 시선] 관악산(冠岳山) 연주암을 가다. 사진:박온서, 경기남부뉴스

비는 하늘의 명을 받아 아래로 흘러 바다를 찾아간다고 했다. 그 고단한 여정 누가 회포를 풀어줄까? 가을 끝자락에서 나선 우중산행(雨中山行), 관악산 연주암으로 향하는 그리운 발걸음이었다. 연주암은 677년(문무왕 17)에 의상(義湘:652~702)이 창건한 절이다. 의상은 관악산 최고봉인 연주봉 절벽 위에 의상대를 세우고 그 아래에 절을 짓고 관악사(冠岳寺)라고 이름을 지었다. 그 이후부터 고려 말까지는 거의 폐사되다시피 하다가 1392년 태조 이성계가 의상대와 관악사를 중수하고는 조선왕조의 번창을 기원하는 200일 기도를 하였다고 한다.

이후 그의 처남인 강득룡이 연주대라고 불렀다. 이곳에서 송도(松都)를 바라보며 무너져 가는 고려왕조를 연모하면서 통곡하였는데 이 때문에 ‘주인을 그리워하다’ 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 연주대라 한다. 또 다른 이야기는 조선 태종 때 양녕대군에 얽힌 이야기이다. 양녕대군은 왕위를 물려받을 적장자임에도 불구하고 갖은 기행으로 인해 태종의 눈 밖에 나서 폐세자로 물러났다. 동생인 충녕에게 보위를 양보하고 전국을 떠돌던 양녕대군과 불교에 귀의한 효령대군이 이곳에 머무르면서 연주대의 이름을 따서 연주암으로 불리우게 되었다고 한다. 조선왕조의 적장자로서 보위를 내려놓고 전국을 떠돌며 기행을 일삼은 양녕대군은 돌아가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을 왕궁이 보이는 이곳 연주암에서 그리움을 달랬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박온서의 시선] 관악산(冠岳山) 연주암을 가다. 사진:박온서, 경기남부뉴스

내 마음에 귀를 기울여 보는 산행

오래된 나무를 본다는 건 오래된 시간을 보는 것, 사람들에겐 오랜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러한 것들이 우리의 삶을 영위해 갈 수 있게 해주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면 그리움 또한 그러한 것이리라. 봉숭아 물들이듯 누군가가 그리움이 가득하면 손끝에도 꽃이 핀다고 했던가? 연주암에 내리는 너그러운 빗줄기가 지친 어깨를 어루만져 준다. 비바람에 나부끼는 나무는 그렇게 비를 맞으며 말없이 스스로의 자리를 지키며 서 있다. 비를 맞으며 오르고 또 오르는 길,  산행은 늘 그렇듯 처음엔 발로 걷다가 다리로 걷게 되고, 이내 온몸으로 걷다가 결국 마음으로 걷는다. 지친 숨을 가다듬고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오르는 이 시간이 자신의 한곳에 집중하며 온몸으로 사는 나만의 시간일 것이다. 산을 오르며 자신의 마음과 몸에 솔직해지는 시간을 마주하는 것이 산행이 주는 선물 같은 하루다. 내 마음에 귀를 기울여 보는 산행 속에서 빛나는 풍경, 빛나는 시간들… 사람도 자연을 닮아 저렇게 아름답게 물들이며 살아갈 수 있을까? 바람이 불고 잎이 떨어지면 바위가 드러나고 바람이 빛날 것이라고 한다. 가을이 아름다운 건 떠나는 모습이 아름답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도 떠나는 모습이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몸도 믿을 수 없고 마음도 믿을 수 없는 세상, 오직 믿을 것은 세상 살아가는 데 있어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살다 가는 것이 작은 소임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리라. 가을비 맞으며 오르는 관악산 연주암에서 그리운 마음에 평화가 차오른다.

✳참고:대한불교 조계종 연주암/연주암 이야기소개(www.yeonjua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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