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온서의 시선 11회] 이사를 하면서 문득 국가를 생각하다.

▲박온서 경기남부뉴스 자문위원

 

좋은 집보단, 그저 부끄럽지 않은 집에서 살고싶다.

십오년 만에 이사를 하게 됐다. 숟가락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묻어나는 집에서의 애환이 주마등처럼 스치운다. 살다보니 집도 그렇고, 나도 그렇게 생물학적으로 나이 한 살을 더해갔다. 지천명(知天命)을 넘어서는 나이에 아직도 스스로를 잘 모르겠는데 하늘의 뜻을 알리는 만무하다. 이사를 하면서 사람이 집을 만들지만 살아보니 집이 다시 사람을 만든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는다. 사람에게 됨됨이가 있듯이 사람은 겪어보면 알고, 사는 집을 보면 그 사람을 안다. 마당을 보면 마당을 쓸어내린 이의 마음도 읽힌다는데 나이가 들수록 좋은 집보단 그저 부끄럽지 않은 집에서 살고 싶은게 이름 없는 소시민의 작은 소망이다.

 

국가(國家)는 어떠해야 하는가?’

이름 없는 범부의 집도 이러할 진데 하물며 국민을 위한 국가(國家)는 어떠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요즘 길거리에 요란하게 걸린 정치인들의 현수막을 보며 든다. 저마다 나라를 위해 봉사하겠다고 공복(公服)을 자처하며 나서는 정치인들의 입에서 입으로만 듣게 되는 정치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생각한다. TV를 켜면 보게 되는 그들은 고물가, 고금리도 모자라 연일 치솟는 난방비 폭탄에 삼중고를 겪고 있는 민생의 위기는 뒤로한 채 국민들로 하여금 날마다 눈살찌푸리게 만드는 일이 다반사다. 민의(民議)의 전당이라 불리는 국회는 이미 부끄러움을 잊은 지 오래다. 입에서 입으로만 떠드는 정부 여당과 제1야당은 소모적인 정쟁만 남발하며 가짜보수와 무능진보라는 이름으로 둘로 나뉘었다. 합리적 보수는 찾아볼 수 없고 스스로를 진보라 지칭하는 정당은 입으로만 떠드는 무능진보로 답습했다. 마당은 비뚤어져도 장구는 똑바로 쳐야 한다는 말이 있다. 욕하다 욕 배운 것처럼 자기관리에 준엄하지 못하고 스스로 경계하지 못해 자신은 물론 전임대통령의 가신들은 정권 교체기 때마다 부끄러운 검찰 포토라인 앞에 섰다. 국민이 나라를 걱정하게 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직업이 정치가 되어버린 노회한 정치꾼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개혁의 주체에서 개혁의 대상이 되어버린 젊은 정치세대들은 작은 기득권에 젖어 권력에 취한지 오래다. 반세기가 넘는 분단도 모자라 가짜 보수와 진보로, 지역감정으로 케케묵은 좌우로 편 가르며 국민을 갈라치는 정치꾼들을 보며 이 나라의 정치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국민으로 하여금 탄식하게 만든다.

[박온서의 시선 12회] 이사를 하면서 문득 국가를 생각하다. 사진: 박온서, 경기남부뉴스
정치는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니다

정당의 목적은 정권획득에 있다. 그러나 그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니다. 대결과 대립으로만 치닫는 정치는 결국 국민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연일 치솟는 물가에, 금융위기에 자국의 이익을 위해 첨예한 대립으로 치닫는 엄혹한 국제정세에 제대로 된 대책은 커녕, 민생을 위한 정치일정은 여전히 뒷전이다. 갑론을박도 아닌 비난과 책임 전가로 분탕질만 일삼는 정치인들을 보며 국민은 투표를 통해 최악(最惡)보다 차악(次惡)을 선택해 왔다.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은 주인으로서 선거를 통해 보수와 진보를 선택할 권한과 책임을 가졌다. 모든 정치가 썩었다고 하면서 정치의 무관심을 정당화하지만,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있어 정치적 무관심은 가능하지 않다. 아파트 대출금리부터 시장에서 장을 보며 먹고 사는 일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행위에는 정치가 그 바탕 위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시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을 선별하기 위해서 우리는 두 눈 부릅뜨고 직시해야 한다. 제 몸 아픈 곳을 알아야 치료를 시작할 수 있듯이 정치의 잘못된 병폐를 응시할 줄 알아야 우리의 삶은 그리고 세상은 보다,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정치를 의심하고 주위 사람들과 함께 지켜나가야 할 민주사회의 가치를 영속시켜 나가려면 국민은 정치인들에게 질문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최악에서 차악을 지향했던 선택지에서 또다시 최악과 최악을 목도 할 수밖에 없는 지금의 대한민국 정치 현실에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의를 묻는다. 그리고 부디 오늘보단 나은 내일이 오기를 바라는 것이 이삿짐을 옮기며 드는 소시민의 작은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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