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심판, 지도자, 행정가의 눈으로 태권도 판을 바라보다
45편의 소재를 한글과 영어로전 세계 태권도인에게 인성 제시해

‘태권도 산책’이라는 책이 새로 나왔다. 저자는 전난희 박사로 현재 모교인 단국대학교 대학원에서 후학 양성을 위해 교편을 잡고 있다.

대한민국의 국기(國技)인 태권도는 발차기, 주먹지르기, 도의 정신이 삼위일체로 구성돼있다. ‘태권도 산책’은 태권도의 완성인 ‘도(道)’에 초점을 맞춘 내용이 특징이다. 그동안 태권도 분야에 오랜 연륜이 녹아진 저술서와 경영서가 종종 출간되었지만, 정신적인 수양을 현대적 관점에서 다양하게 해석한 저자의 시선이 특히 새로웠다. 내용 중 국기(國技)로서의 자리매김, 심판의 낮은 수임, 운동선수의 한계극복 등 태권도 내부 문제를 토론의 장(場)으로 끌어낸 것과 성과를 이룬 것도 주목할 만하다.

경기남부뉴스는 4일 단국대학교 죽전캠퍼스에서 전난희 박사를 만나 ‘태권도 산책’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수, 심판, 지도자, 행정가의 눈으로 태권도 판을 바라본 신간 ‘태권도 산책’ 발간. 저자 전난희 박사. 5월 4일 단국대학교 죽전캠퍼스에서. 경기남부뉴스

“이얍!” 전국 태권도장은 하양, 노랑, 주황, 초록, 파랑, 밤색, 빨강, 빨검, 검정의 띠를 허리에 맨 어린이들의 함성이 울려 퍼진다. 요즘은 기저귀만 떼면 태권도를 보낸다고 해서 ‘탁아’의 개념도 생겼다고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에게 태권도는 운동뿐만 아니라 도(道)다.

외국인도 열광하는 태권도

전난희 박사는 11살에 태권도를 시작해 고등학생 때 선수 생활을 했다.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던 것은 ‘우리나라가 언제부턴가 기술적인 부분에 치우쳐서 있진 않았는지, 재밌고 신나는 운동도 많은데 굳이 태권도를 해야 할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했다. 태권도의 매력 중 가장 으뜸은 멋진 발차기와 화려한 기술 아닌가. 하지만 태권도는 ‘수련한다’라고 표현하듯 외국인도 열광하는 이유가 바로 이 정신적인 부분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코로나 전부터 태권도 전문미디어에 2주에 한 편씩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선수의 눈, 심판의 눈, 지도자의 눈, 행정가의 눈으로 태권도 판을 바라봤다. 많은 태권도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좀 있지만, 기자가 아니고는 꺼내기 쉽지 않았는데, 칼럼에서 그런 부분을 드러냈고 태권도인이 함께 고민했다. 편한 자리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책의 소재가 됐다. 코로나 기간을 보냈고 어느덧 글은 45편이 연재됐다.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특히 매 글은 자비를 들여 영어 번역을 의뢰했다. 이는 태권도를 사랑하는 전 세계인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바위를 뚫는 것은 물방울 하나에서

저자가 쓴 글에는 응원 댓글이 비판 댓글보다 월등히 많았다. 이 글은 대학교 수업 소재가 되고, 태권도 행정이 개선에 역할을 했다. 10년간 오르지 않던 심판의 수당이 인상됐다. 나의 글로 그런 일이 이루어지겠나 싶었지만 많은 심판진이 글에 공감해줬고 “한 방울의 물방울로도 정말 뚫을 수 있구나”라며 기관과 협회가 이 글을 하나의 소통 창구로 활용하는 게 감사했다고 저자는 말했다.

태권도의 정신을 이끄는 멘토의 힘

태권도에서 정신적인 면을 보는 시각은 어떻게 갖는 걸까. 저자 전난희 박사는 멘토의 역할이 컸다고 말했다. 멘토와 대화하고 배우는 동안 태권도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가 찾아왔다. 코끼리 코, 다리만 보던 나였는데 한 발자국 떨어져서 전체를 볼 수 없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박사 공부를 통해서 배운 것도 많겠지만, 멘토의 가르침으로 인해 비판적이기만 하던 시각에서 개선점을 찾고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나 돌아보게 됐다.

그 생각은 행동으로 이어졌다. 아프리카 해외 봉사에 발을 내디뎠다. 저자는 태권도 선수로는 국가대표를 하지 못했지만, 국가대표더라도 자신의 돈과 시간을 들여 봉사를 가진 않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2010년 아프리카 케냐를 시작으로 코트디부아르, 가나 등 2019년까지 10년간 그들을 도우러 갔다. 오히려 마음에 얻어오는 게 너무 많았고 그 힘이 내면의 세계를 성장하게 했다.

태권도의 기술과 경영책은 종종 있지만, 내면을 보는 책은 저자가 거의 처음이라는 데서 이번 발간이 더욱 의미깊다.

세상은 태권도가 전부가 아니야

현재 태권도 선수와 어린 꿈나무들이 더 성장하는데 놓치는 게 있다면 조언해 달라는 질문을 했다.

전난희 박사는 선수 때 너무 많이 맞아서 대학 특기생을 포기하고 시험을 쳐서 단국대학교를 입학했다. 마치 경주마에게 눈가리개를 채워 앞만 보고 달리게 하듯, 지도자들은 선수들에게 대학, 메달, 성적만 향해 달려가게 만든다. 문제는 중도에 탈락한 선수들이다. ‘이 학생들이 과연 뭘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작년에 멘토가 되어준 운동선수가 있는데 지도자에게 폭행을 당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운동을 그만두면 아무것도 자신이 없다는 선수의 말이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을 앞둔 지금까지 태권도 하나만 바라보고 살았다. 이거 그만두면 뭐 해야 하나?” 운동이 전부가 아닌데 지도자들이 그렇게 만들었다. 마치 운동이 아니면 죽는 것처럼 말이다.

학업은 공부뿐 아니라 교우 관계를 형성한다.

학창시절 운동부는 운동부끼리만 어울린다. 더 넓은 교우 관계의 폭을 단절해 버리고 스스로가 자신을 세상과 단절한다. 운동부 아이들은 친구도 선배도 다 운동부로 만나는 사람의 폭이 좁다. 저자는 학창시절 돌아봤을 때 가장 잘한 일을 정규 수업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보통 운동부는 학교 수업을 최소한만 받아도 됐지만,  정규 수업을 일부러 다 받았다. 그 덕에 반 친구들과 교우 관계가 좋았다고 회고했다. 조금만 시야를 넓히면 운동하지 않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다. 운동에 실패하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한데 바깥 세계를 들어본 적이 없기에 너무 겁이 나는 거다. 근육을 키우는 것과 같이 마음도 실패를 맛보면서 자라고 커진다. 그래서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을 멘토로 두면 너무 좋다고 강조했다.

수련인가 경쟁인가

45편의 소재를 한글과 영어로…전 세계 태권도인에게 인성을 제시하는 신간 ‘태권도 산책’, 저자 전난희 박사. 5월 4일 단국대학교 대학원동 카페에서. 경기남부뉴스

과거 태권도장은 오롯이 태권도만 하는 곳이었다면 요즘은 탁아와 인성교육 게다가 경쟁이 더해졌다.

저자는 “아이들이 놀이터처럼 사범님하고 놀이하고 농담하는 곳이 있는데 눈에 거슬린다. 과연 이 지도자는 누구에게 배웠겠나, 교육이 정말 중요한데 이들에겐 도장이 아니라 직장인 것이다.”라며 안타까워했다.

교육자의 마인드로 지도를 한다면 아이들을 함부로 대하거나 경쟁만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경쟁 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 인성으로 결국 지도자의 몫이다. 그래서 제도권으로 이런 문제를 가지고 와서 보수 교육을 통해 개선을 주장하고 있다. 태권도가 재밌고 내게 유익이 된다면 골프치러 가지 않고 태권도를 배울 거다. 저자는 서울엔 성인 전문 도장이 몇 곳 문을 열었지만, 헬스보다 비용이 많이 들고, 동네 도장은 성인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이 그냥 한 시간 때우기의 반복 학습으로 재미가 없었다고 말한다.

군대를 다녀온 남성이나 어린 시절 태권도를 접했던 여성들은 태권도에 대해 좋은 기억이 있다. 성인 활성화를 위해 프로그램이나 지도방식이 달라야 하고 준비도 해 주길 기대해본다.

전국에 제일 많이 차려진 운동이나 무술이 태권도장이다. 사실 지금 도장은 포화 상태다. 아이들은 줄고 있는데 지도자는 계속 배출되다 보니 전공자가 다른 직종에서 일하는 현실이다. 물론 잘되는 도장은 건물주 안 부러울 정도다. 처음 말한 대로 시각을 바꾼다면, 조금 다른 그림을 그려볼 수 있겠다. 지도자 및 전공생들의 사고의 폭을 넓혀서 꼭 도장을 해야만 할 것이 아니라 늘어가는 중장년과 실버를 겨냥해 실버대학이 하나의 타깃이 됨을 제안했다.

장고 끝에 나온 제목 태권도 산책

선수, 심판, 지도자, 행정가의 눈으로 태권도 판을 바라본 신간 ‘태권도 산책(저자 전난희 박사)’ 발간

끝으로 책은 일반인이 읽기에 충분히 공감할 내용임을 강조하고 싶다. 잘해야 한다는 내용이 하나도 없고 태권도를 향한 마음과 내면의 세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책은 기술 수련과 내면 수련이 함께 이루어질 때 온전한 태권도인으로 성장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국기(國技)로서 태권도가 더 많은 사랑을 받길 바라며 후대에 물려줄 문화유산으로 자리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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