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끄고 잘 시간이야.
詩〈스며드는 것〉 -안도현-
우연히 시를 읽다가 간장게장에 관한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창자가 없어 단장(斷腸)의 아픔을 모를 거라던 게를 한때는 곰살맞게 생각하기도 했었지요. 간장게장을 좋아하는 친구들을 보면서도 콜레스트롤 걱정에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시를 통해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을 헤아려 보게 됩니다. 그리고 간장을 뒤집어 써가며 알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어미꽃게의 마음을 떠올리며 간장게장 음식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던 제가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오늘은 어버이날입니다.
어머니는 꽃을 좋아하셨습니다. 그 어느 때인가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다른 곳에서 전해 받은 꽃이라도 한 다발 드릴 때면 어린아이처럼 새 옷을 사드리는 선물보다도 좋아라 하셨습니다. 두 해전, 꽃을 보면 소녀처럼 좋아했던 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떠나 보내드리고 나니 어느덧 나도 꽃구경을 좋아하는 아들이 되었습니다.
꽃을 보면 환하게 웃으시며 좋아라 하시던 모습이 선하게 떠올려지기도 합니다. 눈부신 봄날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것도 아닌데 하늘 가신 어머니 주름살의 기억에 코끝이 빨갛게 뒤늦은 아픔만 찾아왔습니다.
꽃이 피고 꽃이 집니다. 봄이 오고 봄이 또 그렇게 가면 새가 울고 물고기 눈에선 눈물이 난답니다. 거짓말처럼 마음 안 아프게 이 봄을 건널 수 있으면 좋으련만.. 하늘 끝 홀로 가신 어머니가 구름을 벗 삼아 꽃구경이나 실컷 하고 계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