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나는 국가유공자이며 사할린 영주귀국자” 고향마을 전상옥(84세)어르신 편

경기남부뉴스는 8일 안산 고향마을어파트 국가유공자 전상옥(여, 84) 어르신 댁을 방문했다.

전상옥 어르신은 힘찬 소리로 기자를 맞이했다. 현관문을 열자 거실 정면으로 잘 자란 산세베리아와 대나무가 보였다. 베란다에도 선인장, 다육이 등이 곧게 자라고 있었다. 어르신이 안산 고향마을아파트에 입주한 해가 2000년이니 이 식물들과 같이 산 날이 스물두 해가 됐다.

사할린주 코르사코프시 망향의 언덕에 세워진 탑을 가리키는 전상옥 어르신. 7일 경기남부뉴스

거실 오른쪽 벽에는 액자가 여럿 걸려있었다. 사할린에 두고 온 딸과 아들, 손녀, 증손자 사진이 한 액자에 담겼다. 조형물 사진도 있었다. 2007년 러시아 사할린주 코르사코프시 망향의 언덕에 세워진 탑으로 사할린 한인의 넋을 기리는 조각탑이다. 그 아래 표창장은 조각탑 조성에 후원한 공로로 받은 상이라고 한다. 벽면에는 어르신이 쓴 시도 코팅해서 붙어있고 청사초롱 소품도 걸려있었다.

흑백사진 속 아버지는 당당했다

독립유공자 전창렬(1895~1972)씨. 8일 경기남부뉴스

특별한 흑백사진이 눈에 띄어서 사연을 여쭈었고 어르신은 아버지, 두 오빠와 찍은 가족사진을 소개했다.

부친 전창렬(1895~1972)씨는 국권을 도로 찾기 위한 ‘만세운동’에 적극 가담한 죄로 일본에 체포되어 3년 옥살이를 했다. 고인이 된 둘째 오빠 전상주씨는 여러 도움 끝에 부친의 투옥, 판결 문서를 찾아 <독립유공자 공적조사서>, <독립유공자 평생이력서> 공지를 받게 됐다. 강원도 양양이 고향인 부친은 나라 잃은 설움 속에서 독립운동가들에게 자금을 댔고 교회를 세웠다. 학교를 짓고 가난한 아이들을 가르쳤으며 출판사를 세웠다. 그런 부친이 결국 강제징용에 끌려갔다. 사할린에 끌려간 노동자들이 그랬듯 부친도 탄광에서 일해야 했다.

이후 한국 일제강점시 강제동원피해진상위원회에서 부친이 사할린 샤흐쵸르스크선탄장에 강제연행됐다는 사실을 밝혔다. 1944년 8월 일본의 결정으로 사할린 서해안 탄광들이 문을 닫고 탄부 약 1만명을 일본으로 데려갔다. 그중 3천2백명이 우리 동포로 일본에 ‘이중징용’을 당했다. 부친 전창렬씨는 븨코브로 징용됐다. 이것은 ‘현지 징용’이라고 한다. 해방 후 1946년 부친은 븨코브에 조선학교 개교에 힘을 썼다. 부친에 관한 내용은 전상옥 어르신이 준 <새고려신문> 과 육성을 토대로 기록했다.

굶주림에 돌아가신 어머니

“내 어머니가 굶어 돌아가셨다. 그걸 좀 알아주면 안 돼?” 어르신은 큰 소리로 말했다. 한번은 대한적십자사에서 온 직원이 어르신에게 큰절했다고 한다. “어르신들 덕에 우리나라가 이렇게 잘살게 됐다”라는 그의 말에 응어리진 마음이 녹았고 그 명함을 냉장고 붙여놨다.

모친은 먼저 간 남편을 찾고자, 한 살 된 아기 전상옥을 등에 업고 4명의 아이를 끌고 일본을 거쳐 사할린 땅을 밟았다. 그때 둘째 오빠 나이가 7살이었다. 춥고 가난했고 혹독했던 사할린에서 모친은 결국 굶주림에 세상을 떠났다. 국권 없는 조국이 지켜주지 못했다. 사할린은 그랬다.

23년 한국에서의 삶

안산 고향마을어파트 국가유공자 전상옥(여, 84) 어르신, 자택 베란다 화분곁에서 촬영

전상옥 어르신은 일기를 쓴다. 그래서 기억이 더 또렷하다. 아쉽게도 기자가 알지 못하는 러시아 글이다. 한국어 교실에서 틈틈이 한글도 배우고 기체조 대회에 출전하며 메달도 땄다. 지역사회가 초대하는 문화공연에 참석해 관람도 한다. “바른말을 많이 해서 여기 사람들이 좋아 안 한다.”는 어르신의 소리는 우렁차다. 복지관에서 점심 식사를 해도 되건만 더 어려운 사람이 무료식사해야 한다며 당신은 집에서 드신다고 했다. 어제는 기체조하고 오니 현관문 앞에 쌀 한 자루가 놓였었다. ‘누굴까?’ 여기저기 물어봐도 다 아니라고 하고. 쌀자루엔 정확히 어르신 집 동호수가 써있었다.

전상옥 어르신의 고민은 오르는 물가다. 국가유공자는 사할린동포 영주귀국자의 혜택을 내려놔야 한다. 어르신은 아버지의 명예를 선택했고 가스요금, 전화 요금, 관리비 등을 다른 입주자보다 더 많이 내고 있다. 여러문제가 기자 눈에 띄였다.

적당히 달달한 과일청과 현충일에 받은 롤케잌을 더 먹으라고 권하는 어르신이었다. 따뜻한 차도 마시며 사진을 찍는데 경로당에서 전화가 왔다. 강 알렉산드로 부회장의 호출이다. 한번 두번 방문하는 동안 고향마을에 정이 들었다. 어르신이 지은 시를 끝으로 이번 기사를 마감한다. 또 뵙겠다.

 

<십 삼 년 세월>  전상옥 作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중 가을은 참 아름답구나!

들과 산에는 오색물결로

나뭇잎이 곱게 물들고

나도 나뭇잎처럼 알록달록 꾸미고 싶네…

고국에서의 13년 세월은 강물처럼 흘렀지만

내 마음과 몸은 아직도 청춘인데…

변함업는 세월같이

남은 인생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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