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시 포도품평회서 3회 연속 종합대상··· 봉기농장, 안성포도의 자존심 지켜와
28년이 된 나무, 변함없이 열매 맺는 비결

포도의 계절이다. 포도나무는 2, 3월부터 전지를 해서 튼튼한 옛가지를 다 잘라내야한다. 부실하고 연약한 가지의 열매 맺는 것을 강한가지가 방해하며 저 또한 제대로 된 열매를 맺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포도농장의 모든 나무와 줄기가 너무도 가느다랗다. 여기에 선명한 연둣빛의 고당도 샤인머스켓이 열리는 게 놀랍다.

7일 경기남부뉴스는 포도재배 120년이 넘은 안성시에서  31년 동안 포도를 재배해온 봉기농장을 방문해 백성덕 대표의 포도철학을 들어보았다.

안성포도 봉기농장 백성덕 대표와 부인 유재숙 씨 2023.10.7 경기남부뉴스

안성포도 샤인머스켓이 참 맛있다

요즘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샤인머스켓(이하 샤인)은 머루나무에 접을 붙여 자라난 포도다. 머루나무의 뿌리에서 물과 영양분을 공급받은 샤인이 쑥쑥 자라난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머루나무의 남은 밑동 약 10센티 줄기에서 끊임없이 머루 가지가 나온다. 머루는 잘려나가고 샤인으로 새 삶을 살게 되었는데 말이다. 백성덕 대표는 이날도 머루 밑동을 탈피하고 곁가지를 잘랐다. 그는 죽은 머루열매가 아닌 산 샤인머스켓을 가꾼다. 이 일은 포도농사가 끝날 때까지 관심을 가지고 살필 일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우리 마음도 살펴줘야 건강해진다며.

3년 연속 품평회 종합대상᛫᛫᛫ 약한 줄기가 비밀

안성포도는 그 맛이 일품이다. 안성시는 포도재배 100주년을 맞은 2000년에 전체 품평회를 열었고 맛, 색깔, 모양에서 종합대상을 선발했다. 봉기농장 백성덕 대표는 2000년~2002년 3회 연속 종합대상을 받고 지금까지 안성포도의 자존심을 지켜왔다.

봉기농장에서 자라는 포도 종류도 참 다양하다. 거봉, 캠벨, 노자리비안코, 샤인머스켓, 머루, 네오마스카트, 버팔로, 홍부사 등이다. 백 대표는 4곳의 장소에서 포도를 재배하고 있다. 봄이 시작되기 전 2, 3월부터 가지치기(전지)를 시작해서 나무껍질을 벗기고 뿌리와 토지를 살핀다. 튼튼한 나무는 일부러 관심 밖으로 내몬다. 연약한 줄기들은 촘촘하게 분홍색 끈으로 지지대에 연결한다. 새로운 나무를 심고 접목하고 영양분을 과실과 토지에 준다. 송이가 맺히면 속는 작업을 통해 포도알이 커나갈 수 있게 공간을 주어 모양을 잡는다. 포도재배에 강한 햇빛이 계속되면 좋지 않다.

안성포도 봉기농장 백성덕 대표, 머루나무 밑동에 자란 곁가지는 잘라내야. 2023.10.7 경기남부뉴스
굵게 쭉 뻗은 튼튼한 가지는 비틀어 아래로 향하게 한다는 봉기농장 백성덕 대표 2023.10.7 경기남부뉴스

포도는 항상 햇가지에서 열매를 맺는다. 간혹 햇가지 중 굵고 반질반질하며 쭉 뻗은 놈이 있다. 백 대표의 눈에 단번에 띈 이런 가지는 여차 없이 뒤틀어 아래로 향하게 한다.

“이런 가지는 저 잘났다고 설쳐요. 그리고 옆에 있는 약한 가지가 열매 맺는 것을 방해합니다. 물론 이놈도 열매를 맺지만 충실한 제맛을 못 냅니다. 우리 인생과 같지요.”

백성덕 대표는 포도농사를 지은 지 28년이 됐다. 타지에서 3년, 안성에서 28년이니 31년을 포도와 살았다. 포도나무를 매만지고 하나하나 관리하며 그의 인생이 어떻게 바뀌었을까. 몸은 여기저기 아픈 곳이 늘었지만, 그 마음은 한없이 깊어졌다고 곁에 있는 부인 유재숙 씨가 말한다. 포도가 그렇게 만들어주었다며. 일부러 뒤틀고 외면한 잘난(?) 줄기는 시간이 흐르면 조용히 어느샌가 탐스러운 포도송이를 만들어 낸다. 농부 백성덕 대표의 마음이 전해진다.

자주색 보라색 검붉은색이 한 송이 안에

안성포도 봉기농장, 포도는 색깔도 자주색 보라색 검붉은색이 한 송이 안에 다 들어있다. 경기남부뉴스

포도나무 밑동과 가까운 곳에 상처를 내면 수분 올라오는 것이 막힌다. 이곳에 약을 치면 포도가 1주일 안에 익고 포도색도 밭 전체가 검게 되는데 맛이 좀 떫고 9월 안에 출하를 끝낸다. 자연의 순리로 익어가는 포도는 색깔도 자주색 보라색 검붉은색이 한 송이 안에 다 들어있다. 포도는 위에서부터 아래로 숙성되므로 백성덕᛫유재숙 부부는 포도가 출하되는 8월부터 포도송이 제일 아래 포도알을 맛보며 출하를 결정한다. 참 달고 맛있다.

매일 아침 5시에 기상해 6시 조금 넘으면 포도 곁으로 가서 밤 9시까지 포도와 함께한다. 한창 출하 철인 요즘은 안성 로컬푸드마켓인 공도서안성농협과 인삼마트 두 곳에 매일 포도를 보내고 전화, 온라인 주문과 찾아오는 손님에게 포도를 판매하고 있다.

제일 오래된 28년 포도나무, 올해도 변함없이 열매 맺어

샤인 열풍이 불었다. 비싼 수입 과일이어서 쉽게 사 먹을 수 없었던 포도였는데 전 국민의 추석 상에 오를 만큼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색상이 선명해도 맹물 맛이거나 육질이 물러서 국민의 아쉬움도 컸다. 백 대표는 샤인나무를 알맞은 토지에 심고 관리해주어야 하는데 논밭 여기저기 심어서 상품 가치를 떨어뜨렸기 때문이며, 너도나도 심은 결과로 출하가격의 손해도 컸다고 말한다.

백 대표 부부에게는 우르과이에서 선교하는 아들이 있다. 올여름 아들 내외와 손주들이 잠깐 한국에 왔을 때 봉기농장에 들러 이야기도 하고 나무에 영양제도 공급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안성포도 봉기농장

봉기농장에 제일 오래된 포도나무는 ’28년‘이 됐다. 농장의 나이와 같다. 나무는 해마다 변함없이 연한 새 가지를 냈고 포도송이를 만들었다. 빛나는 포도 뒤에 농부의 손길과 사랑이 참 깊고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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