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명은 으름덩굴이라고 불리는데 우리는 흔히 ‘으름꽃’이라 부를 때가 많다. 보통 이르면 4월 중순부터 5월까지 암꽃과 수꽃이 한 그루로 피어나 연자줏빛을 띤 갈색으로, 수꽃은 작고 암꽃은 한 눈에 보아도 크기가 수꽃과 비교되리만치 크다.
꽃이 모두 진 다음에는 주렁주렁 열매가 열리는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한국산 바나나’라는 별칭으로 맺히는 ‘으름’이라는 열매이다.
한국, 일본과 중국 등지에 많이 분포하는 식물로써, 한의학에서는 뿌리와 줄기를 약재로 쓰고 있다.
사진활동을 하면서 야생화를 찍으러갈 때 산과 들에서 얼핏얼핏 보았던 으름덩굴을 관찰할 때가 있다. 자연의 신비로움처럼 으름꽃 또한 자세히 들여다보면 참으로 신기하다. 암꽃에 매달린 3~6개의 심피가 마치 배에서 바닷물에 닻을 내릴 때 보이는 형상과 비슷한 모양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녀린 라인으로 피어난 으름꽃은 10월무렵에는 으름이라는 열매가 익어 강한 단맛을 내지는 않지만 길쭉한 모양으로 검은씨를 포함하면서 벌어져 줄기에 매달려 있다.
으름꽃을 촬영하면서 수십년 전 시골에 사시는 할아버지의 지게 위에는 으름열매 묶음으로 그득했던 추억이 떠올라 미소짓게 한다.
도심지에 살고 있는 손녀딸이 어쩌다 시골에 내려와서 며칠을 머물다갈 무렵이면 어김없이 산에서 나무를 해 갖고 내려오는 할아버지의 발길은 ‘어서 저 맛있는 으름을 손녀딸에게 맛보게 해야지~~’라며 손녀딸을 위한 으름으로 생각하셨던 할아버지!
그러나 어렸을 적 으름이라는 열매는 단맛이 별로 없고 검은 씨가 입안을 가득 매웠기에 퉤퉤 뱉어버리는 성가심이 있던 열매여서 그닥 반가운 간식거리는 아니었다. 그렇게 어릴적 먹어봤던 으름이 바로 으름꽃의 열매였다니, 아련했던 추억으로의 소환은 으름덩굴(으름꽃)의 라인만큼 한들한들 바람에 출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