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경기남부뉴스는 국립농업박물관에서 나난 작가와 협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만개의 시간’ 전시를 소개했다. ‘화조도8폭병풍’이 작가의 손을 거쳐 새롭게 탄생하고 ‘층층폭폭’의 빈 배경이 이곳 박물관의 풍경과 중첩되거나 관객이 만(10,000)개의 꽃피우기 참여 등 독자들의 상상력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었다.

8월 13일(화)부터 12월 1일(일)까지 전시되는 ‘만개의 시간’. 경기남부뉴스는 나난 작가의 작품세계를 더 깊이 알아보고자 다음과 같이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나난 작가 (스피커 제공)

 


1. 안녕하세요? 나난 작가님. 국립농업박물관과 협업한 <만개의 시간>이 좋은 평을 받고 있습니다. 협업 과정과 이번 전시의 메시지가 무엇인가요?

작업을 하면 할수록 저만의 아이덴티티를 부여하기 위에 탐구하게 되고, 한국인으로서 과거의 조상들은 어떤 식으로 자연을 대했는지 자연스럽게 궁금해졌습니다. 이를 저만의 방식으로 소화시키고 적용하며 확장해 나가는 노력을 지켜보고 알아봐 주신 국립농업박물관에서 협업 제안을 해주셨습니다.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화조도 병풍을 저의 해석을 통해 새롭게 조명한 전시가 이번 <만개의 시간>이 되겠습니다. 이 전시를 통해 화조도에 담긴 의미를 새기고, 9m가 넘는 8폭의 뚫린 병풍이 설치된 공간을 산책하듯 천천히 거닐어 보시면서 다각적으로 사유하게 되는 관람을 하시면 좋겠습니다.  체험공간도 마련되어 있으니 관람객이 직접 꽃을 채색해서 피워내는 만개의 시간을 꼭 누려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전시가 오픈한 지 한 달이 넘은 이 시점에서 벌써 수많은 관객들이 왔다 가셨는데요. 자신만의 색과 터치로 개성 있게 피워낸 꽃들을 볼 때면 정말 놀라울 따름입니다.

<만개의 시간> 전시 전경 (국립농업박물관 제공)

 

2. 언론 분야, 커머셜 아트 분야에서 탄탄한 경력을 지닌 나난 작가님께서 ‘현대작가’의 길을 걷고 계십니다. 그것은 또 다른 표현방식인가요?

먼저 제가 관심 있는 것은 무엇이고, 얘기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지 그리고 어떻게 표현하면 될지에 집중하는 편입니다. 다양한 영역에 있었던 것은 그 매체를 통해 제가 당시 하고 싶었던 표현이 있던 것이고,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었던 그 경험들이 쌓여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또한 제가 하고자 하는 얘기와 창작물 자체가 오롯이 세상에 잘 전달되고 그 의미가 빛날 수 있는 상태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좀 더 지속 가능한 이야기에 선택과 집중해서 활동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도 다 저의 서사이고, 현재도 제 미래의 저의 서사가 될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3. 평범함을 비범함으로 바꿔주는 존재 ‘꽃’, 작가님의 해석이 신선합니다.

잠시나마 제 작업에 눈길이 머물러 감정의 환기가 일어났다면, 이것은 ‘꽃’ 자체가 즉각적이고도 강력한 상징 언어라는 방증이 아닐까 사료됩니다. 자연으로부터 무한한 영감을 받는 작가가 당연히 저만은 아닐 거예요. 그만큼 누구나 눈길을 끌 수 있는 것이 꽃과 자연이기에 지극히 평범한 소재가 될 수도 있지만, 이 지점을 비범함으로 바꾸는 것이 저와 예술의 역할일 거라 생각합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처럼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4. 특별히 ‘롱롱타임플라워’ 작품은 연작과 변주로 의미가 깊습니다. 일련의 제작 과정이 궁금합니다.

어느 날 친구의 결혼을 기념하며 그림으로 그려진 부케를 선물하면서 본격적으로 ‘롱롱타임플라워’라는 작품명을 붙이게 되었습니다. 꽃을 주고받을 때의 다양한 감정과 기억들이 오래도록 시들지 않고 간직되길 바라는 염원을 담고 있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꽃과 자연이 사람들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파고들고 공존하는지를 바라보고, 현대인의 삶이라는 경직된 벽을 허물고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장을 목격합니다. 더불어 전통적인 감상 방식에서 나아가, 관객이 작품에 직접 참여하면서 예술 경험이 극대화되고 작업의 의미가 확장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꽃은 저의 강력한 매개체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롱롱타임플라워 완성과정 (스피커 제공)
롱롱타임플라워 LLTF NO 24_08 (스피커 제공)

롱롱타임플라워 작품 제작 시는 한지, 보드지, 아크릴, 과슈, 접착제 등의 재료 등을 사용하며, 종이 위에 채색, 페이퍼 커팅, 콜라주 기법으로 보시면 됩니다. 작품에 담길 내용에 따른 형태와 컬러감을 먼저 구상 후, 각각의 요소들을 종이 위에 스케치하여 컷팅을 하여 제가 원하는 형태감들을 만들고, 그 위에 채색 단계를 거쳐 모든 요소들을 전부 조합하게 됩니다. 조합을 하면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추가 작업을 하여 채워나갑니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최종적으로 조합을 할 때인데, 아무래도 영구적으로 캔버스 안에서 자기의 자리들이 정해져 전체 형태에 영향을 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최종 고정 전에 1차로 작가의 눈을 통해 의도된 배치를 하고, 그 후 사다리 위에 올라가 전체 작업을 탑 뷰로 사진을 찍어 사진 안에서의 작품을 객관적으로 감상해 봅니다. 이때 처음의 의도를 수정할 때도 있고, 의도치 않은 형태로 변형될 때도 있습니다.

친구들이 제 핸드폰을 우연히 보고는 “뭐야 왜 다 똑같은 사진만 이렇게 찍어놨어?” 할 때가 많아요. 남들 눈에는 다 똑같아 보이는 작품 사진이지만, 자세히 보면 0.5m 차이로 꽃 하나 위치를 계속 다르게 배치해 보고 움직이는 것인데, 저에게는 크게 달라 보입니다. 고요 속에서 이 밸런스를 맞추는 순간은 제가 조경가가 됐다가 의사가 됐다가 지휘자가 됐다가 농부가 됩니다. 제 마음속에서 ‘됐다’라고 울림이 있을 때까지 그 고용한 과정을 반복하게 되고 이 모든 여정을 마치면 완성된 작품이 됩니다.

 

5. 경기남부뉴스는 경기도민뿐 아니라 전국, 전 세계에 독자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저희 독자들께 한 말씀 부탁드려요.

지난 여름이 유난히 더웠기에 더욱 반갑고 시원하게 느껴지는 가을입니다. 국립농업박물관에서는 이번 기획 전시 외에도 다른 유익한 상설전시가 있고, 야외 정원이 아름답게 조성되어 있어서 여유롭게 머물다 가시기에 훌륭한 곳이라 생각합니다. 또 수원화성에서 열리는 가을 행사와 프로그램이 많더라고요. 왕갈비 식사까지 하시는 하루 여행 코스로 적극 추천드립니다.

 

6. 나난 작가님의 비전과 마무리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WINDOW PAINTING_청담동 2008 (스피커 제공)

제게 주어진 유한한 삶과 소명에 대해서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과거에 작업했던 윈도우 페인팅을 어떤 식으로 확장할지 연구하고 있고요. 늘 그랬듯이 저는 더 성숙하고 성장하는 작업을 하고 싶은 바람이 있는데, 이건 작가니까 너무 당연한 거 아닌가 싶어서 특별한 계획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비전이 있다면 저라는 작가의 인생을 마무리하는 시점이 되었을 때 저의 작업과 삶이 한국 예술에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감사합니다.

 


[작가 한글명 : 나난 (영문명 : Nanan Kang)]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는 국내 최초 원도우 페인터이자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이너 등 다양한 수식어를 가지고 있다.

2005년 국내에 원도우 페인팅의 영역을 처음 개척한 이후 뉴욕 31 갤러리, 홍콩 월드트레이드센터, 영국 한국문화 원,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하였으며, 외교부, 보건복지부, 통일부, 산림청, 대한항공 등 공공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많이 선보여 소비자 가 뽑은 좋은 옥외광고상(대한항공)을 수상한 바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과 협업하는 등 신세계 백화점, 롯데 백화점, 현대 백화점, 룰루레몬, SSG, KAKAO, 국민카드, 록시땅, 광주요 등 상업과 순수의 경계를 넘나드는 활동을 통해 미술계에서의 인지도와 함께 대중적인 영향력과 인기를 탄탄히 구축해왔다.

2013년부터 선보이고 있는 대표작 <시들지 않는 꽃> <롱롱타임 플라워-Long Long Time Flower> 시리즈는 사람과 사람이 꽃다발을 주고받을 때에 전하는 마음이 시들지 않고 오래도록 간직되기 원하는 염원을 담고 있다. 자신의 작 업을 통해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겠다는 작가의 철학이 모든 창작에 스며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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