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을 더 의미 있게 만들어준 사진 한 장. [염미영의 포토스토리]에서는 사진을 촬영한 작가의 시선을 공개하며 작품감상에 길안내를 하고 있다. 이번 사진 속 항아리는 3월과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그 이야기가 지금 시작된다.  

 

▲ 염미영 사진작가. 전 봉담고등학교 근무, 중등교사 33년 근무 후 퇴직, 각종 사진공모전 입상 다수, 현 한국사진작가협회 수원지부 회원, 현 에듀플룻오케스트라 단원

 

유난히 강수량이 낮았던 1, 2월을 거쳐 3월은 파란만장한 시간을 보낸 우리나라, 우리들의 시간이었다. 가뭄과 건조주의보에 이은 산불, 집을 잃은 이재민, 대통령 선거와 연이어 매일매일 늘어나는 코로나19 확진자의 수로 긴박감, 안타까움, 어려움으로 3월을 보내고 있다.

또한, 교육기관에서는 신입생, 신학기, 새로운 학급 반으로 차분함과 기대감으로 새로운 출발을 다지는 시기여서 담임교사로서, 학부모로서, 학생으로서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어찌 보면 1년 교육농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강도 높게 심신을 단련하기 위한 준비의 달이기도 하다. 그런 긴장의 연속이었던 3월은 퇴직이라는 결단으로 인해 처음 맛보는 느긋함과 쫓기는 시간에서 벗어나 주변을 더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

우리 학교, 우리 학년, 우리 반이라는 항아리에 어떤 보물을 숙성시켜 담을 것인가로 이어졌던 수십 년의 교직 생활을 돌아보니 어찌 3월을 외면할 수 있겠는가!

가뭄의 끝을 보이겠다는 약속처럼 봄비가 촉촉이 내린 3월 중순의 어느 날, 새로이 다가서는 3월의 나들이로 동네 한 바퀴를 돌다가 소담스레 씻겨진 장독대를 보았다.

[염미영의 포토스토리 6회] 무엇을 담을 것인가, 사진: 염미영, 경기남부뉴스

김치냉장고의 등장으로 계절과 상관없이 김치를 담그고, 공장에서 만들어진 고추장, 된장, 간장을 뚝딱 마트에서 구입해 먹는 오늘날의 식생활문화를 가늠컨대, 뜨거운 불가마 속에서 시간을 달구며 세상에 나온 그릇, 우리는 그것을 항아리라고 부른다.

항아리의 존재성과 필요성조차 가물가물 잊혀지고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여진 우리들의 입맛은 이제 굳이 항아리를 찾지 않더라도 지낼 만큼 편리함 속으로 달려가고 있다. 보기 드문 항아리군단을 마주한 작가는 항아리의 존재에 셔터를 연속 눌러가며 과연 저 항아리 속에는 무엇이 담겨있을까. 썩지 않고 발효의 과학을 유지한 채 건강한 삶을 유지하려는 장독대 주인의 마음이 궁금하다.

어떤 장류가 담겨있고 어떻게 보존 관리해야 하는가는 항아리의 정체성!

‘항아리’라는 말이 옹기, 장독, 단지, 독과 비슷한 어감을 주는 언어적 정의보다는 저 그릇 속에 담긴 내용물이 후손들에게도 유익하게 익어가기를 바라는 마음과 언젠가는 사라져버릴 항아리문화에 대한 안타까움이 교차하여 셔터를 눌렀던 작가의 손가락은 잠시 힘없이 떨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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