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로부터 지리산은 백두대간의 맥이 크게 끝나는 곳으로 ‘택리지’에서는 두류산이라고 하였으며 진시황 시절 삼신산의 하나로 ‘방장산’이란 이름을 쓰기도 했다. ‘지이산’은 ‘지혜가 다른 산’ ‘천재지변을 미리 아는 지혜 있는 산’이라 표현하는 등 이름의 숱한 전설이 스며 있다. 「금강산은 빼어나되 웅장하지 못하고, 지리산은 웅장하되 빼어나지 못하고」라는 서산대사의 비유가 있듯 지리산은 날카롭고 빼어남은 부족하나 웅장하고 두리뭉실한 기운이 돋보인다. 천왕봉(1,915.4m)을 주봉으로 반야봉(1,731.8m), 노고단(1,507m)이 대표적이며, 천왕봉에서 노고단을 잇는 100리 능선에는 1500m가 넘는 고봉이 10개, 1천미터가 넘는 봉우리가 20여개나 있을 정도로 높고 크다. 평평한 고원지대도 많이 발달해 야생화나 철쭉 등이 장관을 이루기도 한다.

1월 25일 밤 11시 30분, 사당역에서 지리산을 향해 출발했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진 한적한 시간, 긴 여정을 떠나기로 했다. 어두운 밤을 뚫고, 거림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한 시간은 26일 새벽 3시 10분. 차가운 공기와 산의 고요함이 맞이해 주었고, 이제 본격적인 모험이 시작된다.
서서히 고도를 올리며, 어두운 산속에서 발을 디뎠다. 마음속에 새벽의 설렘이 자리 잡고, 길을 따라 나아간다. 세석대피소에 도달한 순간, 허기진 배를 달래려 라면 한 그릇을 끓여 먹었다. 뜨거운 국물이 몸속을 따뜻하게 감싸며, 차가운 공기를 잊을 수 있었다.
이제 천왕봉을 향해, 발걸음을 이어갔다. 연화봉에 도달할 무렵, 새벽의 어두움이 서서히 물러가고 있었다. 조금씩 어둠을 깨우며, 하늘이 차츰 파란빛으로 물들어갔다. 장터목대피소를 지나고, 채석봉에 이르렀을 때, 그곳에서 맞이한 풍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눈앞에 펼쳐진 장관! 운해가 산봉우리를 덮고, 마치 신비로운 구름의 바다 속을 걷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침내 천왕봉에 도달했다. 눈부시게 밝아오는 일출을 맞이하면서, 나는 이 순간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꼈다. 고요한 자연 속에서, 마치 시간을 잊은 듯한 기분에 잠시 빠져들었다. 천왕봉에서 인증샷을 찍고 나서는 킬바위삼거리로 하산을 시작했다.
그리고 중산리탐방지원센터에서 오늘의 등산을 마무리했다. 일출을 보고, 운해를 지나며 그 풍경을 오롯이 담은 산행은 말 그대로 행운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지리산은 내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다시 한 번 고마운 마음을 담아 지리산에게 인사를 전한다.
“언제와도 늘 한결같은 지리산아 다음에 또 보자!” 이번 산행은 내 마음 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출발일자 : 2025.01.24(금) 23:30
✱등산일자 : 2025.01.25(토) 03:16
✱일출시간 : 07:33
✱묏 부 리 : 천왕봉(1915m)
✱등산거리 : 21.3km
✱소요시간 : 7:37
✱난 이 도 : 상
✱등산코스 : 거림매표소-거림탐방지원센터-음양수골-1400고지-세석평전-세석대피소-촛대봉-삼신봉-화장봉-연하봉-장터목대피소(문창대)-제석봉-통천문-천왕봉-칼바위-중산리탐방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