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를 읽으니 문득 어릴 적 감기 앓던 밤, 엄마가 이불 끝을 다시 덮어주던 따뜻한 손길이 떠오른다. 아무 말 없이도 전해졌던 그 따뜻함이, 이 시 속 봄 이불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아 가슴이 찡하다. 봄이 왔는데도 아직 겨울에 머물러 있는 자식을 위해 조용히 봄을 들여놓는 엄마. 눈에 보이지 않아도, 엄마는 늘 우리 계절 앞에 먼저 와 있었구나 싶은 마음에 코끝이 시리다. 엄마는 나이 먹은 나에게도 한 침대에 자다 보면 떨어질까 밤새 옆으로 끌며 이불을 덮어줬다. 나는 행여나 엄마가 불편할까 봐 침대 끝자락으론 가곤 했다…

봄이불 (글: 이한욱)
봄이 온 줄도 모르는 자식이
먹먹히도 눈에 밟혔을까
계절이 멈춘 아들 집에
엄마는 겨울 이불 걷어내고
새로 산 봄 이불을 놓았다
온기 묻은 이불 꼭 껴안고
시린 몸을 원 없이 비비니
깊은 겨울잠이 들었던 방에도
마침내 보송한 새순이 움튼다
더딘 걸음으로 찿아온 봄이
가슴 한구석에 여린 꽃눈을 틔운다
2024년 상반기 인문학 글판(일반부 우수): 나의 소중한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