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삶속에서 일의 중요도가 크고 작은 많은 선택들을 하며 산다. 자녀교육에 있어서도 부모로서 선택의 기로에 자주 놓인다. 자녀의 ‘욕구충족’과 ‘욕구자제’라는 논점에서 양간에 밸런스를 가져야 하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느 시기에 어떤 것을 먼저 키워야 하는가?’의 <선택>이 핵심이다.  

 

▲안현지 교육부 인성교육선진교사 (강원도 교육청 ‘인성놀이문화연구회’ 회장이며 지역사회 교육지원 ‘하트톡’ 대표다)

한동안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밸런스 게임>이라는 활동이 있다. ‘지금 1억 VS 10년 후 10억’처럼 두 가지 비슷해 보이는 조건 중에 조금이라도 나은 것을 선택해 보는 게임인데, 양쪽이 밸런스를 맞출수록 선택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필자도 강의를 시작할 때 분위기 환기를 위해 종종 활용한 적이 있다.

이런 게임에서뿐 아니라 실제 삶 속에서도 우리는 자주 선택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선택의 영향이 적거나, 빨리 그만두고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다면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다시 돌이킬 수 없고, 결과도 극명하게 달라질 수 있는 두 개의 갈림길이라면 선택이라는 문제는 오랜 시간 고민을 거쳐야 하는 어려운 숙제가 된다. 한 광고문구처럼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중요한 선택 중의 하나가 ‘백년지대계’라고 불리는 교육에 관련된 것이 아닐까 한다. 오랫동안 학교에서 아이들을 교육하고 부모님들과 상담하면서 필자가 느낀 가장 어려운 선택의 문제는 ‘아이들의 욕구를 채워줄 것인가? 자제시킬 것인가?’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기본적인 몇 가지 욕구만 채워주면 되지만, 성장할수록 하고 싶은 욕구의 대상이 기하급수로 늘어나기 때문에 부모님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혼란에 빠진다.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면 나중에 잘못될 것 같고, 자제시키자니 내 아이의 기를 죽여 창의성을 해치게 될 것 같다는 게 부모님들의 공통적인 고민이다.

이런 고민은 비단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만의 것은 아니다. 18세기 말, 영국의 청교도인들은 미국으로 건너가 새로운 나라를 세우게 된다. 그들은 수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보다는 공동의 이익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았다. 가장 먼저 교회를 짓고, 학교를 짓고, 마지막에 자기 집을 지었다. 자녀 양육방법에 있어서도 아이가 아무리 울어도 정해진 시간에 맞추어서 젖을 먹이면서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 자신의 본능과 욕구를 자제할 수 있도록 가르쳤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힘있고 이상적인 나라로 발전해 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지침에 반기를 드는 새로운 이론이 등장했다. 1946년, 벤자민 스파크(Benjamin Spock) 박사는 <Baby and Child Care>라는 책을 통해 ‘우는 아이에게 젖을 물려라’ 라는 주장을 펼쳤다. 프로이드(Freud)의 정신분석학에 근거하여 정해진 규칙대로 욕구를 자제시키면 아이들은 점점 더 거칠어지기 때문에, 부모들은 아이들의 다양한 욕구와 본능을 민감하게 살피면서 그것을 충족시켜 주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감격하면서 그의 육아방법을 선택했고,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로 퍼져나간 육아 혁명이 되었다.

교육의 결과는 당장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당시 선택이 바른 선택이었는지는 오랜 시간이 지나 봐야 알 수 있다. 공교롭게도 20여 년 후, 미국은 마약중독, 범죄테러, 병역기피 등 각종 청소년 문제로 골머리를 앓게 되었다. 전문가들은 그 같은 현상들이 스파크 박사의 육아법 때문이라는 연구를 내놓으며 그를 ‘방종의 아버지’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시 욕구를 자제시키는 방법으로 되돌아가야 할까? 사실 정확히 말하면, 욕구충족과 욕구자제의 문제는 <밸런스 게임>에서처럼 어느 한쪽만을 선택하고 다른 한쪽은 완전히 배제시키는 식으로 갈 수 없다. 다만, 어떤 시기에 어떤 것을 먼저 키워야 할 것인가는 분명히 선택해야 한다. 특히 아이들이 어렸을 때, 무엇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양육할 것인가를 깊이 사고한 후에 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그래야 성장 과정에서 펼쳐지는 많은 변화에 능동적이고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도 현명한 선택으로 세 아이를 행복하게 키우고, 25년의 교직 생활을 아름답게 보낼 수 있었던 개인적인 스토리를 갖고 있다. 지면이 허락된다면 다시 그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내 아이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대처방안을 세울 것인가? 이 시대에 최고로 존경받아야 할 부모님들과 예비 부모님들 모두가 현명한 선택을 하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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