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지의 교육산책 2회] 골든타임(golden time) 

치명적인 외상을 입은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려면 1시간 이내 즉 골든타임에 결정적 치료를 받아야한다. 언어교육도 결정적 시기에 언어 환경에 노출되어야 완전하게 습득하게 된다. 이와 같이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위한 ‘자제력’을 키우는 시기 또한 <골든타임>이 있다. 그 결정적 시기가 이미 지났다면 부모들의 절박함이 빚어낸 <데드라인>을 활용해 보기를 권한다.  

 

▲안현지 교육부 인성교육선진교사 (강원도 교육청 ‘인성놀이문화연구회’ 회장이며 지역사회 교육지원 ‘하트톡’ 대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이익에 따라 행동하고 자신과 연관된 것에 마음이 더 끌리게 된다. 그런데 그 본능을 거슬러서 나와 전혀 상관이 없는데도 앞뒤 따지지 않고 무조건 응원하고 싶은 장면이 있다. 누군가 심폐 소생술을 받는 모습을 목격했을 때이다. 응원뿐만 아니라, 주변에 나밖에 없다면 고민의 시간 없이 바로 심폐 소생술을 시도할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주변에서 그런 뉴스를 종종 접하게 된다.

왜 그럴까? 그 시간이 죽음과 삶을 가를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는 것을 잘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든타임’이라는 말은 1959년 미국의 카울리(R Adams Cowley) 박사가 소개한 개념으로 ‘치명적인 외상을 입은 환자들은 손상 후 1시간 이내에 수술실에서 결정적인 치료를 받아야 최선의 생존율을 얻을 수 있다’라는 뜻으로 사용한 용어이다. 이러한 시기적인 중요성을잘 알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인간의 관념, 경제적환경 등 많은 장애물을 넘어서는 즉각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언어교육에도 이것과 비슷한 개념의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라는 말이 있다. 인간에게는 언어를 습득할 수 있는 결정적 시기가 있어서 이 시기에 적절한 언어환경에 노출되지 않으면, 그 후에는 언어를 완전하게 습득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실제 미국에서 태어나 13년간 고립돼 있다가 구출되고, 10년 동안의 긴 언어 재활프로그램을 받았는데도 결국 말하는 법을 습득하지 못한 ‘지니(Genie)’의 안타까운 이야기가 그것을 증명하는 사례가 되었다. 많은 언어심리학 학자들은 대체로 이 시기를 6~10세경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것은 바로 인간의 뇌 중에서 전두엽의 특정부위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기와 일치한다.

그렇다면, 필자가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던 자제력을 키울 수 있는 골든타임, 결정적 시기는 언제일까? 자제력이 사고력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로 미루어볼 때, 자제력을 키우는데 효과적인 시기도 바로 6~10세의 시기가 아닐까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마시멜로 실험에서 훌륭한 자제력을 보여주었던 아이들은 실제로 깊은 사고력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후속 실험으로 알 수 있었다. 이때의 사고력은 단순 기억이나 정보처리 능력이 아니라, ‘내가 이렇게 행동하면 나중에 어떤 결과가 일어날까?’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등을 따져보는 2차적 사고력인데, 이것이 6~10세에 집중적으로 발달하게 되는 뇌의 전두엽에서 관할하는 사고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직접 아이들을 양육해 본 경험이 있는 부모님들은 이 시기에 아이들의 자제력을 키우는 것이 쉽지 않다고 느낄 것이다. 한 번 두 번 장애물에 걸리면 ‘아직은 어려서 그래. 크면 달라질거야’ 라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그 중요한 시기를 그냥 넘겨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게 자제력이 형성되지 못한 상태로 사춘기를 맞이하게 되면,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욕구와 감정을 적절하게 운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아이의 행복한 미래를 바란다면, 골든타임의 중요성을 정확히 깨닫고, 한두 번의 장애물에 포기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만약, 우리 아이의 결정적 시기가 지났다면 어떻게 할까? 차선책으로 ‘데드라인(dead line)’을 활용하라고 권하고 싶다. 필자의 경험으로 비추어 보아도 대부분의 글쓰기 영감은 데드라인 하루 전에 나온다. 한 달 내내 마음속에서 설익은 아이디어가 둥둥 떠다니다가 데드라인 전날 밤에야 이것들이 구체화되고, 술술 풀리는 글이 완성된다. 바로 ‘절박함’때문이다. 부모님들 마음에 자제력을 키워 주어야겠다는 절박함이 생기면, 그 마음이 대화나 일상생활의 작은 행동, 어떤 경로를 통해서라도 아이들에게 전달이 된다. 부모님들의 골든타임은 구체적인 시기라기 보다 상황별 데드라인이 되는 셈이다. 자녀들의 행복한 미래를 위한 자제력 형성, 이를 위해 아이들의 ‘골든타임’, 부모님들의 ‘데드라인’을 최대한 활용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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