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 거꾸로 생각할 수 있는 여유와 실천이 행복한 삶을 만들 수 있다.
5월을 흔히 ‘가정의 달’이라고 하지만 또 다른 의미로 ‘감사의 달’로도 표현한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등 평소에 너무 가까이 있어서 표현하지 못했던 소중한 가족과 주변 분들께 감사함을 전달하고자 기념된 날이 많기 때문이다. 어린이날은 어린이가 주인공이고, 어버이날에는 부모님께, 스승의 날에는 스승님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풍경이 아름답게 그려진다. 하지만 반면에 그런 기념일에도 무심한 아들, 밋밋한 제자들을 보면서 다음 세대를 씁쓸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그런 MZ세대를 상실의 시각으로 비판하기보다 오히려 감사의 주체를 거꾸로 바꿔보면 어떨까? 올해 어버이날, 필자는 부모가 된 지 25년 만에 새로운 시도를 해 보았다. 어버이날을 기념해 깜짝 선물을 준비하려는 아이들의 대화를 엿듣고는 거꾸로 ‘내가 아이들을 놀라게 해 주자’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렇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고, 그 편지를 쓰는 2시간 내내 감사한 마음에 결국 눈물까지 훔치게 되었다. 돌아보니, 부모로서 서툴고 부족했던 면이 많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건강하게 잘 자라준 아이들이 고마웠다. 그 편지 한 통은 무뚝뚝한 사춘기 아들의 마음까지도 움직여서 절절한 감사의 답장으로 돌아왔다.
학교 현장에도 7~8년 전부터 ‘거꾸로 수업’이라는 새로운 교육 방법이 도입∘적용되어 큰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거꾸로 수업은 ‘Flipped Learning’이라는 말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말 그대로 기존의 교사가 했던 역할과 학생의 역할을 뒤집는다. 학교에서 교사의 일방적인 강의식 수업을 듣고 집에서 숙제하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먼저 영상을 보고 자료를 찾아 스스로 학습을 한 후 학교에서는 토론, 소통, 피드백 등의 활동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혁신적인 교육 방법은 수동적이었던 학습자를 자기 주도적으로 변화시키고 성적향상이라는 가시적인 효과를 냈다. 뿐만 아니라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개별적으로 도울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교육 평등에도 기여했다.
실제 삶 속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많은 것들이 거꾸로 뒤집을 때 더 큰 효과를 낼 때가 많다. 아이에게 언어를 가르칠 때도, 말을 잘하게 하려면 잘 듣게 해야 한다. 언어학자들은 보통 아이가 ‘엄마’라는 말을 하려면 최소한 3000번 정도는 들어야 가능하다고 한다. 글쓰기 능력도 마찬가지이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 종이를 갖다 놓고 습작 연습을 많이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 유명한 서양 고전 ‘왕자와 거지’에서는 신분이 거꾸로 바뀜으로써 얻어진 진정한 왕으로의 변화 과정이 나타난다. 비슷한 예로 한자 성어 ‘역지사지’라는 말은 자신이 처한 처지를 상대편과 거꾸로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면, 다른 점이 보이고 경청과 소통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오늘날 뇌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보면, 하루 동안 사람에게 올라오는 50,000여 가지의 수많은 생각 중에 85%는 부정적인 생각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생활 속에서 무심코 올라오는 생각들을 항상 거꾸로 다시 생각해 보는 습관을 기를 필요가 있다. 특히, 어려운 상황이 닥쳤거나 부담스러운 일들이 다가올 때 이것을 거꾸로 다시 한번 생각해 보도록 방향을 틀어주고 적절한 자극을 주는 것이 부모와 선생님의 역할이다. 아이들을 향해서 그리고 제자, 이웃들을 향해서 ‘주는 자가 받는 자보다 복되다’라는 말부터 한번 실천해 보자. 거꾸로 얻는 행복이 몇 배로 늘어나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