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지 교육부 인성교육선진교사 (강원도 교육청 ‘인성놀이문화연구회’ 회장이며 지역사회 교육지원 ‘하트톡’ 대표다)

7월은 아이들에게 온갖 기대와 설래임이 가득한 달이다. 다름 아닌 ‘방학’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거의 100여 일 동안 규칙적인 행동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며 많은 것들을 듣고 받아들여야 했던 빡빡한 스케줄에서 잠깐 일탈하고 싶은 마음, 방학은 그런 마음이 허락되는 완충지대이다. 더운 날씨와 함께 학기 초의 쌩쌩했던 에너지가 고갈되어 매너리즘에 빠진 아이들에게 ‘방학’은 그야말로 천국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방학 생활에 들어가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곧 알게 된다. 자고 싶을 때까지 실컷 자고, 먹고 싶은 것, 놀고 싶은 것을 다 해봐도 짜릿할 만큼의 큰 행복이 숨어있지는 않다는 것을 아이들도 스스로 느끼게 된다. 부모님들도 마찬가지이다. 규칙적이지 않은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참고 참다가 한마디를 해도 잔소리로 받아들여지기 일쑤이다. ‘선생님들 미치기 전에 방학을 하고, 엄마들 미치기 전에 개학을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방학은 마치 ‘뜨거운 감자’처럼 있으면 좋지만, 또 막상 현실에 닥쳐지면 문젯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슬기로운 방학생활을 보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필자는 ‘여유’라는 키워드로 답을 하고 싶다. 대부분 생물의 성장은 쉬는 시기에 이루어진다. 낮 동안 광합성으로 열심히 양분을 저장한 나무들은 밤에 호흡하며 성장한다. 그래서 밤새도록 환하게 불을 켜 놓으면 농작물이 잘 자라지 못하게 된다. 동물이나 우리 사람들도 밤에 깊은 잠을 자야 성장호르몬이 충분히 분비되고 면역력도 높아진다. 방학은 그런 의미로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중요한 시간이다.

생활계획표가 아닌 사고력이 향상되는 스케쥴러 추천

그런데, 그렇게 여유를 누리며 사고력을 키워야 하는 방학조차도 수많은 방학 프로그램과 각종 캠프, 특별 프로젝트에 내몰리는 아이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방학 동안 부족한 과목과 기능을 익혀야 하는 것보다 스스로 생각하고 계획하고 추리할 수 있는 ‘사고력 향상’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많은 경험을 하기 위해 바쁘게 돌아다니는 것보다 오히려 지루할 정도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여유를 주는 것이 사고력 향상에 훨씬 좋다. 누군가가 만든 좋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투박하지만 나 스스로 무언가를 생각하고 계획하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런 경험들이 학기 중에는 어렵기 때문에 방학 때가 적기이다.

사고력 향상을 위해 필자가 추천하고 싶은 활동 중의 하나가 ‘스케줄러’이다. 한 번 만들어서 한 달 내내 벽에 붙여 놓기만 하는 생활계획표가 아니라, 수첩을 활용해 매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는 스케줄표를 스스로 적도록 하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내가 오늘 무엇을 할 것인지를 스스로 생각하고 정하는데, 아이가 어리다면 시간별로 빡빡하게 정하기보다는 중요한 활동 위주로 적으면 된다. 최대한 아이들의 결정을 지지해 주되, 반드시 저녁에 피드백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런 부분은 잘 되었고, 저것은 잘되지 않았는데 이유는 이러이러했다…’ ‘왜 그랬을까?’ 등에 대해 부모님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 과정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사고력이 향상된다.

IQ는 타고나는 것이지만, 사고력은 습관이다. 인간에게 어떤 행동이 습관이 되려면 적어도 66회 이상의 반복적인 훈련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번 방학에는 우리 아이들에게 좀 더 여유를 주고, 자신의 시간을 스스로 계획하고 채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 어떨까?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좀 더 멀리 볼 수 있는 어른들 마음의 여유와 지혜도 동일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최신뉴스

등록번호 : 경기 아52828 | 등록일 : 2021년 04월 02일  발행᛫편집인 : 김혜숙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혜숙

이메일 : kgnambu@naver.com  주소 : 우)16311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송정로 76번길 45 경기남부뉴스  전화 : 031-244-86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