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몇 년 동안 부모교육에 대한 문의가 급격히 많아졌다. 그래서 특강을 하러 학교로 직접 가기도 하고, 지역사회 단체로 나가 비공식적인 특강이나 토론활동도 자주 했다. 이렇게 여러 지역으로 부모교육을 다니다 보면, 수많은 질문을 받게 되는데 내용만 다를 뿐 유형은 비슷하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를 ~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즉, 자녀들과의 문제가 생겼는데, 어떻게 하면 바르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적인 측면에 대한 질문이다. 부모님들의 입장에서는 문제가 생기면, 문제가 너무 커 보이고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에 문제의 원인에 대해 스스로 주체가 되어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보다는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있을까의 방법을 먼저 찾게 된다. 그러다 보면 결국 전문가에게, 외부에 맡기는 것으로 방향이 틀어진다. ‘어떤 학교가 좋다더라, 어떤 프로그램이 좋다더라, 어떤 책이 좋다더라.’ 그래서 거기에 맡기면 다 해결될 것처럼 생각한다. 물론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주변의 도움을 구하는 마음의 자세는 바람직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문제의 객체가 되어버릴 수 있다는 함정이 있다.
교육에 있어서 교육환경 및 프로그램의 중요성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실제로 나도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실행한 후, 부모님들로부터 그런 방법들이 도움이 되었다는 감사 후기를 듣기도 한다. 그런데 꽤 많은 시간이 흐른 후, 깨닫게 된 것은 사람은 결코 어떤 말이나 기술, 철학이나 이론, 특별한 방법으로 변화되는 것이 아니더라는 것이다. 다양한 해결책과 그럴듯한 솔루션도 처음에 조금 효과를 나타내다가 시간이 지나면 제자리로 돌아가고 다시 갈등이 계속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사람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교육의 핵심 열쇠는 무엇일까? 답은 너무 쉽고 당연하다. 바로 ‘사람’이다.
구체적으로 누가 언제 한 말인지는 모르지만, 교육자들의 사이에서 정설처럼 여겨지는 명제가 있다. ‘교육의 질은 교사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다. 이 말은 학교 교육에 있어서 교사의 역할과 위치가 그 어떤 교육기제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좁게 보면, 교사라는 직업의 중요성을 이야기한 것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더 큰 의미로는 사람의 중요성을 꼭 집어서 표현한 것이다. 결국 사람은 사람에 의해서 바뀌어진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한 사람의 마음에서 전달되는 에너지가 다른 사람의 마음에 영향을 끼칠 때 근본적인 변화와 성장이 온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자제력이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이러이러해서 자제력이 필요하다, 자제력을 키우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라는 논리적인 말로 설득하거나 자제력 키우는 프로그램을 돌려야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자제력이 있는 사람과 함께 지내야 그 사람 안에 있는 마음의 에너지가 상대방을 변화시킬 수 있다. 물론 말로 가르쳐 주고, 프로그램을 돌리는 사람들이 자제력의 마음 에너지를 갖고 있으면 정말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가르치는 사람은 자제력이 전혀 없는데 겉으로 말만 하거나, 마음 없이 영리적인 목적으로 프로그램을 수행하기 때문에 형식적이고 위선적인 죽은 교육이 진행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는 말도 더 깊이 생각하면 사람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다. 맹자의 어머니가 아들의 교육을 위해 3번 이사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맹자가 어떤 사람들의 영향을 받느냐’ 하는 것이었다. 묘지 근처에서 장례치르는 사람들을 따라 하고, 시장 근처에서는 장사꾼 흉내를 내며 노는 맹자의 모습을 보면서 더 좋은 영향을 받게 하기 위해 마지막에는 서당 근처로 집을 옮긴 것이다. 이 일화의 교훈으로 실제로 학군이 좋은 곳으로 이사를 하고, 명문학교에 보내려고 노력하는 부모님들도 많이 보았다. 그렇게 적용하는 것도 어느 면에서는 일리가 있겠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맹자가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 놀이를 하고 놀았다면, 가장 크게 맹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이웃보다 더 가까이 살고 있는 부모님과 가족들이다. 맹자를 바꾼 것은 세 번이나 집을 옮길 정도로 아들의 교육과 미래를 생각하는 맹자 어머니의 마음인 것이다. 물론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도 있고, 바른 교육과 거리가 먼 부모님들 아래에서 훌륭한 자녀가 양육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자세히 들어가보면 그들에게 영향을 미친 제3의 누군가가 반드시 있다.
자녀교육의 핵심 열쇠는 바로 사람, 더 가까이는 부모에게 있다. 부모들의 어깨에 짐을 얹어주거나 자녀 문제에 대한 자책을 하라는 뜻이 아니다. 아이를 위한다고 주변의 좋은 환경과 방법을 찾으면서 스스로 교육의 객체가 되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원인에 대해 스스로 사고하면서 자녀교육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로서 내가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가장 큰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고, 부족함이 발견되면 나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사귀면 된다. 교육에 대한 신념과 긍정적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에게 듣고 배우고 받아들여 새로운 세계가 마음에 자리 잡으면, 그것이 어떤 경로를 통해서라도 우리 아이들에게 전달될 것이다. 그래서 부모도 행복하고 자녀도 행복한 가정이 만들어지고, 그 가정이 모여 다 함께 행복한 사회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교육의 열쇠는 다름 아닌 사람에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