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이때가 되면 많은 사람이 한 해의 시작과 함께 덕담을 주고받으며, 일 년 계획을 생각하거나 꼭 이루고 싶은 목표를 떠올리기도 한다. 그래서 1월은 항상 설렘과 열정으로 가득 찬다. 새 다이어리를 준비하고 미지의 1년을 상상하며 앞으로 성취해 갈 일을 적어 보는 것은 그 어떤 좋은 음식을 먹는 것보다 더 행복한 일이다.
심리학자 매슬로우(A.H.Maslow)에 의하면 인간의 욕구는 5단계의 피라미드형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낮은 차원의 욕구가 채워지면, 더 높은 단계로 계속해서 진행된다고 한다. 가장 기초적인 단계가 생리적 욕구이고, 마지막 최정점의 욕구가 바로 자아실현의 욕구이다. ‘배부르고 등따시면 최고’라는 말은 그것이 채워지지 않은 사람이 하는 말이거나, 혹은 더 높은 단계로 나가는 것이 부담스러워 포기한 사람들의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목표가 성취될 때 오는 질 높은 행복에 대한 갈망이 있고, 그것을 위해 열정을 가지고 노력한다. 그런데 왜 실제로 성공에 이르는 사람은 아주 극소수에 불과할까?
성공에 이르는 법에 대해 가장 유력한 결과를 발표한 최근의 심리학자는 안젤라 더크워스(Angela Duckworth)이다. 그녀는 공립고등학교 교사로 수학을 가르치면서 성적이 좋은 학생과 나쁜 학생의 차이는 지능지수나 주변 환경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성공의 비밀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되었다. 그 후 10년이 넘는 종단연구를 통해 성공을 좌우하는 중요한 열쇠를 발표했는데, 그것이 바로 ‘그릿(GRIT)’이다. 그릿(GRIT)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열정적 끈기라고 할 수 있다. 실패와 역경, 슬럼프를 이겨내고 끝까지 해내는 마음의 힘, 목표를 향해 장기간의 계획으로 수 개월간, 수년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매달리는 근성을 뜻한다. 능력이 뛰어나도 그릿(GRIT)이 약하면 실패가 올 때 무너질 수밖에 없고, 재능이나 부모의 재력에 상관없이 그릿(GRIT)이 강한 사람은 결과적으로 성공에 이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녀의 주장은 주어진 환경에 억눌린 많은 사람의 희망이 되었고, 2016년 발간된 저서 ‘그릿(GRIT)’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어 각종 상을 휩쓸었다.
더크워스(A.Duckworth)가 말한 그릿(GRIT)은 사실 생소한 이야기가 아니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에디슨의 명언에서도 발견된다. “우리의 최대 약점은 포기다. 성공으로 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언제든지 한 번 더 시도해보는 것이다.”, “인생의 많은 실패자들은 포기했을 때, 그들이 얼마나 성공에 가까이 왔는지 깨닫지 못했다.” “나는 마지막 사람이 멈춘 곳에서 시작한다.”, “노력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등 에디슨은 그의 생애 동안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한 번 더 시도해 볼 것을 주장했다.
이런 마음이 실제 삶 속에 적용된 가장 최근의 사례가 바로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룬 축구대표팀 이야기다. 선수들은 축구 전문가들이 내놓은 고작 9%밖에 되지 않는 낮은 성공 확률에도 포기하지 않고 함께 마음을 모아서 끝까지 집중했다. 그리고 마침내 목표를 이루어내 자신들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그 성공의 열쇠는 그들이 들고 있던 태극기에 고스란히 적혀 있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이 말은 ‘중꺽마’라는 밈으로 만들어져 청소년들에게까지 유행처럼 퍼져나갔다. 다시 한번 힘을 내고 노력할 수 있는 증거가 바로 우리 가까이 있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행복을 공감한 것이다.
그렇다. 성공한 사람이 1%인 이유는 특별한 재능과 환경을 가진 사람이 1%라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어려움과 실패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는 사람들이 1%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노력의 중요성은 이미 에디슨 때 아니 그 전부터도 머리로 이미 알고 있었지만, 실제 생활 속에서 첫 마음을 잃지 않고 끝까지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 1%에 불과하니까, 사람들은 여전히 성공은 특별한 1%의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것이라는 착각에 빠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중요한 것은 끝까지 노력하면 된다는 사실의 증명이 아니라, 어떻게 끝까지 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그릿(GRIT)’을 키울 수 있을까? 하는 방법적인 문제이다. 그것이 성공의 진짜 비밀인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릿(GRIT)’을 발표한 더크워스(A.Duckworth)도 아직은 그 방법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없고, 앞으로 계속해서 끈기 있게 연구할 것이라고만 했다.
필자의 견해에서 볼 때, 그릿(GRIT)을 키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꿈과 믿음의 마인드’를 갖는 것이다. 꿈과 믿음의 마인드는 눈앞에 보이는 결과에 상관없이 마음에서 먼저 꿈이 이루어졌다고 믿는 것이다. 즉, 차례대로 따져보고 단계에 따라 계산하는 정산법이 아니라, 먼저 다 이루어진 상태를 마음속에 그리고 그것이 이루어졌다고 믿은 후에 거꾸로 내려오면서 실천하는 단계를 밟는 역산법이 되는 셈이다. 겉으로 보면 비슷하게 보일 수 있지만, 마음속에서는 완전히 다르다. 역산법을 사용하면 마음에서 이미 다 이룬 상태이므로 실패를 실패로 보지 않게 된다. 따라서 포기라는 단어가 떠오를 수조차 없다. 밤이고 낮이고 계속 진행하면서 꿈을 이룬 상태를 즐길 뿐이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할 때 그런 상태였다. 기자들이 에디슨에게 ‘수만 번 실패했는데도, 어떻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실험을 할 수 있었냐’고 물었을 때, 그는 정색하며 대답했다. ‘나는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 나는 수만 번의 과정을 거쳐 전구를 만들었을 뿐이다’라고 말이다. 그의 가장 유명한 명언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이루어진다’라는 말의 진정한 뜻도 거기에 있다. 99%의 노력을 쌓는 것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누구라도 99번 실패하면 지루해지고 포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1%의 영감, 꿈과 믿음의 마인드를 먼저 갖는다면 99%의 노력은 자연히 따라오게 되고 결국 성공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에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뇌과학 분야에서도 이런 사실은 더욱 명확히 증명되고 있다.
2023 새해를 맞이하여 내 삶의 목표를 이루는 것뿐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 전해줄 마음의 핵심이 바로 이 ‘꿈과 믿음의 마인드’이다. 성공하는 사람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갈 수 있는 사람이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꿈과 믿음의 마인드이다. 교육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가장 질 높은 자아실현의 욕구가 채워질 때 오는 가장 질 높은 행복을 많이 느낄 수 있도록 장(場)을 펼쳐 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어른들이 먼저 그런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꿈과 믿음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것을 아이들에게, 주변 모두에게 전달해 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 모두의 ‘성공의 비밀’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