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남부뉴스 김정옥 기자] 2025년 1월 2일, 새벽의 어둠을 뚫고 선 선자령.살을 에듯 몰아치는 강풍 속에 홀로 서서 맞이한 그해 첫 일출은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한 해를 살아낼 나 자신에게 건네는 무언의 약속이자, 거대한 자연의 숨결 앞에 고개를 숙이는 겸허한 의식이었습니다. 그렇게 나의 2025년 산행은 시작되었다.
평일의 루틴이었던 서수원 칠보산은 고단한 일상의 숨구멍이 되어주었고, 주말이면 전국의 명산들을 찾아 길을 떠났다. 수리산의 임도길부터 관악의 능선, 광교와 백운의 부드러운 흙길까지, 산은 매 순간 다른 표정으로 나를 맞이했다.
겨울의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치던 영남알프스와 한탄강의 얼음길을 지나, 봄꽃 흐드러진 남해 금산과 계룡산의 비경을 눈에 담습니다. 땀방울이 비 오듯 쏟아지던 여름날에는 충북의 14대 명산을 차례로 섭렵하며 한계를 시험했고, 가을날 북한산과 도봉산의 오색 단풍 속에서 백두대간의 웅장한 허리를 지났다.
특히 지난 6월, 민족의 영산 백두산서파와 북파 코스를 통해 마주한 천지의 푸른 빛은 가슴 깊은 곳에 묵직한 울림을 남겼다. 이어 8월의 끝자락, 동료들과 땀 흘리며 완주한 지리산 성중종주(성삼재~중산리) 2박 3일의 여정은 '함께'라는 가치와 '인내'의 열매가 얼마나 달콤한지를 깨닫게 해준 시간이었다.
등산은 오름과 내림의 반복이다. 격렬한 숨을 몰아쉬며 도달한 정상에서 나는 장엄한 대자연 앞에 선 '작은 나'를 발견했다. 아낌없이 내어주는 자연의 품속에서 내가 가진 고민과 집착들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를 깨닫는 과정, 그것은 비움의 시간이었다.
산에서 배운 것은 비단 신체적인 강인함만이 아니다. 힘든 오르막을 견뎌내고 안전하게 하산하며 얻은 근력은 일상의 시련 앞에 '여유로운 관찰자'가 되는 지혜를 주었다. 이제 어떤 난관을 마주해도 당황하지 않고 "어떻게 해결할까?"를 먼저 묻는 적극적인 자신감이 내 안에 뿌리 내렸음을 느낀다.

2025년의 마지막 날, 종무식을 마치고 다시 찾은 칠보산의 고요한 숲길을 걸으며 한 해를 갈무리했다. 산은 늘 내게 정직한 땀방울만큼의 풍경을 허락했다.
전국의 명산들이 그 정점에서 거침없는 조망을 선사하듯, 우리네 삶도 굽이굽이 험한 고개를 넘고 나면 반드시 시야가 넓어지는 '탁 트인 순간'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2025년 산이 내게 준 가르침을 지팡이 삼아, 다가오는 새해에는 우리 모두의 삶이 저 한라산과 설악산의 정상처럼 막힘없이 시원하게 펼쳐지기를 소망한다.
산이 있어 행복했고, 그 산을 닮아갈 수 있어 감사한 한 해였다.
2025년 등산기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