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해온 이들에게도 새로운 직장은 결코 낯설지 않다. 오히려 오랜 경력을 가진 만큼 자신감도 있지만, 변화한 환경과 세대 간의 차이 속에서 적응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특히 50대 후반,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하며 다시 일터에 나선 중년 근로자들에게는 작은 갈등도 크게 다가올 수 있다.
새로운 조직문화, 기대와 현실의 괴리, 그리고 때로는 동료와의 마찰 속에서 겪는 감정적 소외감은 ‘재도전’이라는 말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실감하게 만든다. 중장년 근로자 A씨의 사례는 이런 현실을 잘 보여준다. 그는 정시에 출근하고 성실히 일하지만, 동료의 무성의한 태도와 예상치 못한 폭언에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고 토로했다. 겉으로는 별일 없이 지나가는 하루하루 속에서도, 속마음에는 좌절과 외로움, 분노가 차곡차곡 쌓여간 것이다.
이번 기획에서는 중년 직장인들이 겪는 직장 내 갈등의 현실과 그 감정의 흐름에 주목하고자 한다. 감정을 조절하고, 스스로를 이해하며, 다시 회복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나이와 상관없이 모두가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직장 문화를 모색해본다.
직장 내 갈등과 감정의 파고
김 모 씨(59세)는 한때 중견기업의 임원 자리까지 올랐지만 구조조정으로 퇴사한 후 몇 년간 공백기를 가졌다. 이후 생계를 위해 비교적 낮은 직급으로 다시 취업했으나, 스스로의 위상이 달라졌음을 절감하며 자존감에 큰 상처를 입었다.
“과거엔 부하 직원이 30명이었는데, 지금은 상사의 눈치를 보며 일합니다. 머리로는 받아들이지만, 마음은 매일 흔들립니다.”
박 모 씨(57세)는 대기업에서 30년 넘게 근무하다 정년을 앞두고 희망퇴직을 선택했다. 이후 중소기업에 재취업했지만, 대부분의 동료들이 20~30대 젊은 직원이라 회식이나 사내 소통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멀어졌다.“슬쩍 웃으며 말을 걸면, ‘아버지 같아요’라는 반응이 돌아올 때가 많아요. 의도는 나쁘지 않겠지만, 그 말에 거리감이 느껴져요.”업무적으로도 과거의 방식과 달리 디지털 협업 도구나 빠른 소통 문화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본인의 경험이 무시당하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전문가 '경험과 감정관리의 중요성'
감정 조절은 직장 내 갈등 해결의 핵심이다.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적절한 방법으로 표출하거나 해소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감정을 억누르는 게 아니라 그 감정을 인식하고 건강하게 다루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 화가 나거나 억울한 상황에서는 먼저 자신의 감정을 관찰하고, 즉각 반응하기보다는 적절한 방법으로 표출하거나 해소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직장 내 갈등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이를 예방하거나 해결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사회적 시선과 현실의 벽, 그리고 희망의 메시지
많은 중년 직장인들이 직면하는 문제는 단순한 근태 문제가 아니라, ‘나이’와 ‘경력’, 그리고 ‘사회적 인식’이라는 복합적인 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과 사회는 이들에 대한 지지와 이해를 확산하는 데 힘쓰고 있다.
“나이가 많은 직장인도 충분히 유능하며, 올바른 지원과 환경만 갖추어진다면 오히려 조직의 큰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시 일어서는 힘은 ‘자기 이해’와 ‘지속적인 자기관리’, 그리고 ‘상담과 지원’을 통해 키울 수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어려움이지만,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길은 존재한다. 많은 중년 직장인들이 자신의 소중한 경험과 역량을 돌아보며, 더 건강하고 의미 있는 직장 생활을 영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