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번의 빈 활, 살아 움직이는 하나의 화살

  • 등록 2025.12.04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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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남부뉴스 홍복순 기자]

 

 

 

 

10점과 8점.

단 두 점의 차이가 승패를 가른다. 그 차이를 만든 건 화살이 아니라, 매일 800번의 빈 활(밸리보) 반복과 손끝이 기억하는 감각이 쌓여 단 한 발의 화살로 응축된다.

 

얼마 전 만난 17세 양궁 선수는 전국체전 개인전에서 2위를 차지했다. 화려한 메달 뒤에는 아무도 보지 않는 시간이 있다. 그는 하루에 800번씩 빈 활을 들고 같은 자세를 반복한다.

 

수많은 함성이 들리고 많은 이들의 눈을 벗어나야 한다. 오로지 이 시간은 나 홀로 있는 시간이다. 고도의 집중 속에 그의 손끝은 ‘어떻게 하면 10점을 맞힐 수 있는가’를 매일 기억한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자신감은 화살을 통해 날아가 과녁을 맞춘다. 그 반복의 시간 동안 그는 수만발의 화살을 날리지만, 그중 단 하나의 화살만이 경기에서 빛을 발한다.

 

사람들은 흔히 메달을 보고 그 사람의 가치(천재성)를 평가한다. 그러나 메달은 순간의 기적이 아니다. 그 뒤에는 무수한 반복과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존재한다. 800번의 빈 활. 그것은 지루함과 싸우는 시간, 한계를 확인하는 시간, 그리고 그 시간이 쌓일 수록 자신감을 완성하는 시간이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아주 미세한 감각이야말로 10점과 8점을 가르는 차이, 승리와 패배를 나누는 간극이다.

 

그리고 그 차이를 만든 단 한 발의 화살

모든 반복과 고통, 인내와 집중이 한 순간에 폭발한다.

 

 

그 모든 손끝의 기억이 살아 움직일때, 화살은 10점을 꽃는다.

 

 

그것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삶의 밀도와 결기, 순간을 위한 준비의 무게다.

 

삶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매일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반복 속에서 자신을 다듬는다. 작은 습관, 반복되는 선택, 때로는 실패와 좌절 속에서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진짜 차이는 바로 그 보이지 않는 순간에 존재한다. 하루하루의 반복 속에서 쌓인 경험과 인내가 결국 단 한번의 기회를 만든다.

 

결국, 나는 결정적인 그 순간을 위해 단 한 발을 쏜다. 나를 향해 들려오던 수많은 소리와 눈은 이제는 화살과 함께 저만치 멀어졌다. 내 손에서 나간 단 하나의 화살은 ‘살았고 운동력이 있어’ 10점이라는 정중앙을 정확히 꽃는다. 그 순간 터져 나오는 작지만 날카로운 함성.

 

‘해냈다’

 

크지 않는 그 작은 함성은 다음 활을 날릴 준비이다.

 

이미 나는 다음 과녁을 향해 활을 당긴다.

홍복순 기자 kgnamb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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