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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건일의 걷다보니

[배건일의 걷다보니 92회] 암릉의 기개와, 거친 암릉의 감악산

 

[경기남부뉴스 김정옥 기자] 감악산(675m)은 바위 사이로 검은빛과 푸른빛이 동시에 흘러나온다 하여 감악(紺岳), 즉 감색바위라고 하며, 또한 조선 명종때 구월산 청석골을 거점으로 활약하던 임꺽정의 중간거점이 있던 곳으로 그와 연관된 지명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전체적인 산세는 암릉과 작은 암봉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간간이 절벽지대가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를 요하는 감악산이다.

 

식목일의 푸름이 짙어가던 4월 5일 주일 오후, 경기도의 명산이자 '경기 5악(五岳)' 중 하나로 손꼽히는 파주 감악산(紺岳山)을 찾았다. 송악산, 화악산, 운악산, 관악산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암릉미의 정수를 보여주는 이곳은, 이름 그대로 '검푸른 바위산'의 기개를 품고 산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산행의 시작점인 출렁다리 주차장에 들어서자, 산과 산을 잇는 거대한 출렁다리가 공중을 가로지르며 장관을 연출한다. 전망대에서 그 아찔한 곡선을 눈에 담고 다리를 건너며 본격적인 여정에 올랐다. 계곡 길 대신 선택한 새로운 등산로는 시작부터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돌탑을 향해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가파른 오르막을 지나자, 이내 감악산의 본모습인 거친 암릉 지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발끝에 전해지는 바위의 단단한 질감을 느끼며 오른 악귀봉에서 마주한 풍광은 그간의 수고를 단번에 씻어주는 청량제와 같았다.

 

 

고도를 높여갈수록 산은 더욱 드라마틱한 표정을 지었다. 암릉을 타고 올라 도착한 통천문(通天門). 하늘로 통한다는 그 문을 통과하는 순간, 눈앞에 펼쳐진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는 찰나의 현기증과 함께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불러일으켰다.

발걸음을 돌려 도착한 향소봉에서는 오른쪽으로 방금 지나온 악귀봉의 절벽이, 왼쪽으로는 나무 데크가 단정하게 놓인 임꺽정봉과 늠름한 장군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압도적인 산세는 마치 거대한 수묵화 속을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장군봉을 지나 도착한 임꺽정봉 하늘전망대에서 잠시 가쁜 숨을 고르며 고개를 들었다. 티 없이 맑은 푸른 하늘은 암릉의 거친 선과 대비되어 더욱 깊고 고요했다. 마침내 도착한 감악산 정상. 정상석을 마주하며 산행의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길, 바위 틈새마다 고개를 내민 이름 모를 들꽃들이 산객의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준다.

하산길은 2km에 달하는 너덜지대였다. 불규칙한 돌 위를 껑충껑충 뛰듯 리듬감 있게 내려가는 재미는 산행의 또 다른 묘미였다. 다시 출렁다리를 건너 주차장에 도착하며 8.2km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2시간여를 달려 돌아온 수원, 몸은 노곤하지만 마음은 감악산의 정기로 가득 찼다. 거친 바위와 부드러운 들꽃, 그리고 아찔한 절벽이 공존하는 감악산에서의 하루는 자연이 주는 위대한 선물과도 같았다.

등산코스 : 감악산출렁다리주차장 - 출렁다리 - 돌탑 - 악귀봉 - 향소봉 - 장군봉 - 임꺽정봉 - 감악산(정상) - 너덜지대 - 출렁다리 - 주차장 원점회귀

등산기록 : 총 거리 8.2km / 소요시간 2시간 39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