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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건일의 걷다보니

[배건일의 걷다보니 96회] 관악산~삼성산 연계산행.

 

[경기남부뉴스 김정옥 기자] 관악산은 서울 남부를 대표하는 명산으로, 거대한 화강암 암릉과 시원한 조망으로 유명하다. 특히 연주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능선은 수도권 산행의 묘미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 가운데 하나다. 이어지는 삼성산은 관악산과 능선으로 연결된 산으로,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숲길과 암릉이 조화를 이루며 산꾼들에게 긴 종주 코스로 사랑받고 있다.

 

5월 2일 토요일, 화창한 주말 아침. 도시의 답답함을 잠시 벗어나기 위해 배낭 하나 둘러메고 사당역으로 향했다. 오늘의 목표는 관악산과 삼성산을 잇는 약 16.5km의 연계산행. 짧지 않은 거리였지만, 초여름 문턱의 산이 보여줄 풍경에 대한 기대가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었다.

 

 

사당역에서 들머리에 올라서자마자 관악산 특유의 거친 암릉이 모습을 드러냈다. 흙길보다 바위가 먼저 반겨주는 산, 역시 관악산다웠다. 손으로 바위를 짚고 몸을 밀어 올리며 숨이 차오를 즈음, 관음봉 국기대가 시야에 들어왔다. 바람에 힘차게 펄럭이는 태극기 아래 서니 서울 도심이 한눈에 펼쳐졌다. 이어 신유천 국기대와 마당바위 아래 구간을 지나며 본격적인 암릉 산행의 재미를 만끽했다. 발아래로는 도시가 흐르고, 머리 위로는 맑은 하늘이 열려 있었다.

 

관악문을 지나 연주대에 도착했을 때는 수많은 등산객들로 북적였다. 정상에 선 사람들의 표정에는 저마다의 성취감이 묻어 있었다. 하지만 오래 머물기보다 다시 길을 재촉했다. 오늘 산행의 진짜 매력은 ‘연결’에 있었기 때문이다. 관악산에서 삼성산으로 이어지는 긴 능선길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풍경과 체력, 그리고 마음의 변화를 함께 이어가는 시간이었다.

말바위 구간을 지나 장수봉으로 향하는 길은 생각보다 거칠었다. 바위 능선을 오르내릴수록 다리는 점점 무거워졌고, 햇살은 더 뜨겁게 내려앉았다. 학바위능선을 따라 무너미고개로 내려가는 길에서는 암릉 특유의 긴장감과 짜릿함이 교차했다. 바위를 딛고 균형을 잡으며 걷는 순간마다 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새삼 느껴졌다.

 

 

무너미고개 이후 삼성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오르막은 이날 산행의 가장 힘든 구간이었다. 이미 체력은 많이 소모된 상태였고, 다리는 천근만근처럼 무거웠다. 그러나 힘든 만큼 풍경은 더 깊게 다가왔다. 숨을 몰아쉬며 정상에 올랐을 때의 뿌듯함은 단순한 운동 이상의 의미였다. 삼성국기봉과 학우봉을 지나며 바라본 능선은 마치 한 폭의 산수화 같았다.

 

특히 제2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광은 이날 산행의 백미였다. 초록으로 물든 산자락과 멀리 이어지는 도시 풍경이 어우러져, 자연과 도시가 공존하는 수도권 산행의 매력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긴 여정 끝에 관악역으로 무사히 하산했다.

 

총 16.5km, 6시간 13분의 산행.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오히려 가벼워졌다. 관악산의 거친 암릉과 삼성산의 깊은 숲길은 서로 다른 매력을 품고 있었고, 그 길을 직접 두 발로 이어 걸었다는 사실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산은 늘 같은 자리에 있지만, 그날의 날씨와 체력, 그리고 마음 상태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날의 관악산과 삼성산은 단순한 등산 코스가 아니라,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게 해준 쉼표 같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