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남부뉴스 김정옥 기자] 반딧불이화장실→형제봉→비로봉→광교산 시루봉→백운산→바라산→붓골재→우담산→영심봉→하오고개→국사봉→이수봉→석기봉→청계산 만경대→매봉→옥녀봉→굴바위산→우면산 소망탑→사당역 반딧불이화장실→형제봉→비로봉→광교산 시루봉→백운산→바라산→붓골재→우담산→영심봉→하오고개→국사봉→이수봉→석기봉→청계산 만경대→매봉→옥녀봉→굴바위산→우면산 소망탑→사당역
여명 속, 아무도 묻지 않은 출발선
새벽 6시 11분. 광교산 등산로 입구, 반딧불이화장실 앞. 아직 세상이 덜 깨어난 시각, 배낭 끈을 여미고 출발한다. 목적지는 35.6킬로미터 저편, 사당역이었다. 광교산에서 청계산을 종주하고 우면산까지 넘는 '광청우 종주'. 발이 먼저 알았다. 오늘은 긴 하루가 될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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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구간 · 광교~백운
형제봉을 넘고, 시루봉에 서다
형제봉의 능선은 부드럽지 않다. 출발 초반, 몸이 아직 아침 냉기를 품고 있을 때 가파른 오름길은 유독 가혹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형제봉을 넘어 광교산 정상 시루봉에 발을 딛는 순간, 숨이 트인다. 경기 남부의 능선들이 파도처럼 펼쳐지고, 오늘 걸어야 할 먼 길이 눈 아래 희미하게 그려진다.
시루봉에서 의왕시 백운산까지, 능선은 생각보다 순순히 이어진다. 출발 2시간 만에 백운산 정상. 잠시 숨을 고르며 물 한 모금.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이, 이 순간만큼은 부담이 아니라 설렘처럼 느껴진다.
"오랜만에 찾은 바라산은 처음 온 듯 낯설었다. 산은 늘 그 자리에 있지만, 사람의 기억은 계절처럼 흘러 지워진다."
2구간 · 바라산~하오고개
365계단, 그리고 다시 오르는 몸
바라산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묘한 낯섦이 찾아왔다. 분명 전에 걸었던 길인데, 기억이 어긋나 있었다. 오랜 공백이 만들어낸 낯섦이었다. 산은 변하지 않았지만, 나는 달라져 있었다.
365계단을 내려서며 무릎이 항의하기 시작한다. 붓골재에서 잠시 멈춰 호흡을 다듬는다. 쉰다고 피로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다음 한 걸음을 위한 허락을 스스로에게 내리는 시간이다. 우담산으로 이어지는 오름길은 다시 한번 발에게 맡긴다. 발이 먼저 안다, 몸이 어느 만큼 버틸 수 있는지를.
영심봉을 지나 하오고개 구름다리 위에 선다. 발 아래로 도로가 흐르고, 앞으로는 오늘의 가장 험한 구간이 입을 벌리고 있다. 청계산 국사봉이다.
3구간 · 청계산 종주
국사봉의 벽, 이수봉의 쉼, 만경대의 시야
낑낑대며 올랐다. 헉헉거리며 버텼다. 국사봉은 이 종주에서 가장 잔인한 구간이다. 경사는 아량이 없고, 다리는 이미 수십 킬로미터의 기억을 발바닥에 새긴 뒤였다. 그러나 어떤 고개도 영원히 오르막이지는 않다. 결국 정상은 온다.
이수봉에 닿았을 때 몸이 허기를 외쳤다. 배낭을 열고 행동식을 꺼내 먹었다. 산 위의 식사는 언제나 사치스럽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이토록 맛있을 수 있다는 것, 산이 가르쳐주는 몇 안 되는 진실 가운데 하나다.
석기봉을 지나 청계산 정상 만경대. 그리고 매봉. 주말의 산은 사람으로 넘쳤다. 다리에 힘이 풀려 앉고 싶었으나 비집을 자리가 없었다. 쉬지 않고, 천 개가 넘는 나무계단을 밟으며 내려섰다. 옥녀봉과 굴바위산을 통과하고 마침내 화물트럭터미널에 도착한다. 시계를 확인했다. 7시간 12분. 7시간을 넘지 않기를 바랐지만, 산은 언제나 시간표를 자기 방식으로 고쳐 쓴다.
"1,000개가 넘는 나무계단은 피로한 다리를 위한 배려인지, 아니면 또 하나의 시험인지 알 수 없었다. 아마 둘 다였을 것이다.“
4구간 · 우면산
소망탑에서 바라본 서울, 그리고 긴 귀환
코스트코 양재 앞을 지나치는 풍경이 기묘하게 현실적이었다. 산과 도심의 경계, 일상과 고행의 경계가 흐릿하게 뒤섞이는 지점. KT우면연구센터에서 다시 산으로 진입한다. 우면산이다.
지금까지의 험로와는 달랐다. 평탄하고 부드러운 흙길. 피로한 몸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유롭게, 천천히, 소망탑까지 걸었다. 정상에서 북한산이 보였다. 도봉산, 인왕산, 수락산, 남산이 차례로 눈에 들어왔다. 서울이 한눈에 담겼다. 오늘 이 발이 걸어온 땅의 반대편 풍경을 바라보며 늦은 식사를 했다. 아무 말도 필요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사당역은 멀었다. 길은 편했지만 길고 지루했다. 발목이 항의하기 시작했다. 지침의 속도가 빨라졌다. 사당역에 도착했을 때, 몸은 이미 무더운 5월의 열기에 녹아 있었다. 7800번 광역버스에 올라 자리에 앉은 순간, 모든 근육이 동시에 고마움을 표했다. 수원으로 향하는 버스 안, 36.6킬로미터는 서서히 기억으로 바뀌어 갔다.
산은 기억하지 않는다. 발이 기억한다.
광청우 종주는 숫자가 아니다. 35.6킬로미터와 9시간 32분은 결과일 뿐, 본질은 그 사이에 있다. 365계단을 내려오는 무릎의 감각, 국사봉 오름길에서 터져 나오던 숨, 소망탑에서 바라본 서울의 능선들, 그리고 버스 안에서 조용히 감겼던 눈. 산은 걷고 나면 잊지만, 발바닥은 오래 기억한다. 다음 종주가 시작될 때, 그 기억이 다시 길이 된다.
거리 35.6km
총 소요시간 9:32
24경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