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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건일의 걷다보니

[배건일의 걷다보니 102회] 충남 아산 광덕산 등산.

[경기남부뉴스 김정옥 기자]  5월의 짙어가는 녹음 속에서, 온 가족의 땀방울과 유쾌한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충남 아산의 품, 광덕산. 아산시 송악면과 천안시 경계에 솟은 광덕산(699m)은 이름 그대로 '덕이 넓고 깊은 산'이다. 사철 마르지 않는 맑은 계곡과 울창한 수림을 거느리고 있어, 늘 넉넉하고 포근한 위로를 건네는 아산의 진산(鎭山)이기도 하다.

전날 아산에 있는 둘째 아들이 "아버지, 같이 광덕산 한 바퀴 돌까요?" 하며 정겨운 안부를 건네왔다. 반가운 마음에 아침 일찍 서둘러 아내와 함께 수원역에서 전철에 올랐다. 탕정역으로 향하는 길, 밤새 설렜는지 밀려오는 피로에 저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고, 아내는 차창 밖 풍경을 배경 삼아 조용히 책장을 넘겼다. 역에 마중 나온 든든한 아들의 차를 타고 산행의 들머리인 강당골 계곡 주차장에 닿았다.

 

사실 평소 산행이라면 고개를 젓던 아내였지만, 오랜만에 아들과 발걸음을 맞추고 싶어 큰맘을 먹고 나선 참이었다. 아내가 은근슬쩍 "산길이 좀 걷기 편해?" 하고 물어왔다. 아주 오래전 기억을 더듬어 "정상 밑에만 살짝 가파르고, 나머지는 대여섯 살 아이도 걷기 좋은 순한 길이야"라며 안심시켰고, 아내는 그제야 "그럼 가보자!" 하고 앞장섰다.

 

하지만 막상 들어선 광덕산은 초입부터 자비 없이 가파른 경사면을 꼿꼿이 세우며 우리를 맞이했다. 순간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며 '아차, 아내에게 속았다고 원망 듣겠구나' 싶어 눈앞이 아찔했다. 그때부터 저의 전담 마크가 시작되었다. 아내의 처지는 허리를 밀어 올리고, 거친 숨을 고를 때마다 뭉친 근육을 주무르며 호흡을 맞췄다. 산모퉁이 벤치가 나타날 때마다 숨을 돌리기를 수십 번. 혼자 올라도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비탈길을 아내와 밀고 당기며, 꼬박 2시간 20분 만에 마침내 하늘이 열리는 정상을 밟았다.

 

고생 끝에 마주한 정상의 풍경은 눈부셨다. 맑게 갠 푸른 하늘 아래, 연둣빛에서 초록으로 짙어가는 숲의 물결이 발아래로 시원하게 넘실거렸다. 세 식구가 둘러앉아 시원한 물 한 모금으로 땀을 씻어내며 보낸 그 짧은 여유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선물이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올라온 길을 그대로 되짚어 조심조심 하산을 마쳤다.

 

때를 놓쳐 출출해진 배를 허겁지겁 중화요리로 채우고, 아들 집에서 개운하게 씻고 나오니 온 세상이 내 것 같았다. 아들이 손에 쥐여준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수원으로 올라오는 길. 온몸의 근육은 뻐근했지만 마음만은 더없이 행복했다. 아내는 오늘 산행이 꽤나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는지, 조수석에서 즉석으로 엉뚱하고 유쾌한 '광덕산'을 지어 부르기 시작했다. 그 찰진 노랫말에 배꼽을 잡고 깔깔대며 웃다 보니, 어느새 정겨운 수원 집 앞이었다. 힘들었지만 서로가 있어 웃을 수 있었던 하루였다.

 

등산코스 : 강당골계곡주차장-강당골계곡-광덕산-원점회귀

등산거리 : 4:06 / 8.1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