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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건일의 걷다보니

[배건일의 걷다보니 103회] 단양 소백산국립공원.

 

 

[경기남부뉴스 김정옥 기자] 초여름의 길목인 5월의 마지막 주말, 푸른 초원의 대향연이 펼쳐지는 단양 소백산국립공원을 찾았다. 백두대간의 중심에 우뚝 솟은 소백산(1,439.5m)은 거대한 능선이 부드럽게 흘러내려 ‘한국의 알프스’라 불리는 명산이다. 겨울의 장엄한 눈꽃으로 유명하지만, 이맘때면 초록빛 카펫을 깔아놓은 듯한 광활한 평전이 보는 이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매력적인 곳이다.

 

이번 산행은 어의곡을 들머리 삼아 비로봉 정상에 오른 뒤, 천동 계곡을 거쳐 다리안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총 14.8km의 코스로 잡았다. 단단히 채비를 마치고 4시간 7분 동안 소백산의 푸른 품을 거닐었다.

 

은근히 기대를 품었던 소백산의 명물 철쭉은 아쉽게도 90% 이상이 이미 지고 없었다. 간신히 매달려 있는 잔영들도 시들시들 시들어 가고 있어 화려한 분홍빛 물결은 만날 수 없었지만, 그 아쉬움을 달래고도 남을 만큼 위대한 대자연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철쭉이 떠난 자리를 가득 채운 것은 눈이 시리도록 푸른 초원이었다. 능선을 따라 끝없이 펼쳐진 초록의 물결은 마치 알프스의 한 자락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아름답고 싱그러웠다.

 

이날 소백산에서 우리를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열렬히 반겨준 것은 역동적인 자연의 소리와 생명들이었다. 귓가를 세차게 때리는 시원한 계곡물 소리가 청량함을 더했고, 초여름의 전령사인 파리와 날벌레들, 그리고 그 사이를 우아하게 날아다니는 나비들이 산행길 동반자가 되어주었다. 여기에 소백산 특유의 거침없는 칼바람이 등줄기의 땀을 씻어내 줄 때면 온몸으로 살아있음을 느꼈다.

 

푸른 초원의 낭만을 듬뿍 만끽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문득 소백산의 또 다른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매서운 칼바람 속에 하얀 은빛 눈꽃을 피워내던 그 압도적인 풍경이 그리워져 혼잣말로 "역시 소백산은 겨울이 제일이야~" 하고 유쾌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비록 철쭉과의 타이밍은 어긋났지만, 초여름 소백산이 준 푸른 해방감과 넉넉한 조망은 오래도록 가슴속에 청량한 바람으로 남을 것 같다.

 

어의곡-소백산(비로봉)-천동-다리안주차장.

14.8km / 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