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남부뉴스 김정옥 기자] 서울 남쪽 관악구와 경기도 과천시 사이에 우뚝 선 관악산(632m)은 단순한 서울 근교의 야산이 아니다. 화강암 암봉과 기암절벽이 어우러진 험준한 산세는 보는 이의 눈을 압도하고, 크고 작은 계곡과 폭포는 사계절 내내 걷는 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한양의 안산(案山)으로 오랜 역사를 품은 이 산은 오늘도 수많은 등산인을 불러 모으며, 국내 최고 수준의 암릉 코스를 갖춘 명산으로 그 이름을 높이고 있다.
6월 20일 (토), 서수원 인근의 칠보산에서 우중산행을 마친 후, 다음 날인 일요일 오후, 차를 몰아 과천시로 향했다. 국사편찬위원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배낭을 추스르며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었다. 전날 내린 비는 더 이상 내리지 않았지만, 산은 그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걸음을 떼자마자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계곡 물소리였다. 처음엔 낮게 귀를 간지럽히던 물소리는 발걸음이 깊어질수록 점점 크고 시원하게 귀를 채웠다. 저 멀리 육봉능선의 2봉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는 가운데, 문원계곡을 따라 오르니 이윽고 문원폭포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쏟아지는 폭포 물소리와 시원한 물바람 앞에 잠시 발길이 멈췄다. 머릿속에선 세 갈래 길이 펼쳐졌다. 육봉능선으로 갈까, 미소능선으로 갈까, 아니면 장군봉능선으로 갈까. 한참을 망설이다 '그래, 장군봉능선으로 가자!' 하고 마음을 굳혔다. 그런데 몸은 이미 육봉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허허" — 헛웃음과 함께 그냥 몸이 이끄는 대로 따르기로 했다.
육봉능선은 말로만 듣던 험로가 아니었다. 직접 발을 디뎌보니 그 진가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거친 암벽을 타고, 날카로운 암봉을 넘고, 온 힘을 다해 바위를 붙잡고, 당기고, 밀고, 걸음을 옮기기를 반복하며 1봉에서 6봉까지 차례로 올랐다. 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지만, 시선은 쉼 없이 사방을 훑었다.
5봉에 올라 짐을 내려놓고 컵라면 하나를 끓여 먹었다. 뜨거운 국물이 몸속으로 퍼지는 동안, 눈앞에는 수리산이 펼쳐지고 그 너머로 대부도와 시화방조제, 시화호가 시원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능선 위에서 먹는 컵라면 한 그릇이 이토록 꿀맛일줄이야!
6봉, 육봉 정상에 올라서니 이번엔 좌우로 오봉능선과 팔봉능선이 겹겹이 펼쳐졌다. "정말 멋지다." 탄성이 절로 터졌다. 푸른 하늘 아래 뭉게구름은 솜사탕처럼 두둥실 떠 있고, 미소능선과 장군봉능선의 굴곡진 아름다움이 마치 한 폭의 산수화처럼 눈앞에 펼쳐졌다. 한동안 아무 생각 없이 그 풍경에 녹아드는 '멍 때리기'를 즐겼다.
팔봉국기대에 이르러 팔봉능선을 타고 넘어갈까 하는 충동이 잠시 일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접고 관양능선으로 발길을 돌렸다. 내려가는 길이라고 해서 볼거리가 없을 것이라 여겼다면 오산이었다. 관양능선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명품 코스였다. 왼쪽으로는 육봉능선과 백양사능선이, 오른쪽으로는 오봉능선이 나란히 동행하고, 정면엔 거친 암릉이 시선을 사로잡아 한 걸음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그렇게 발걸음을 이어 국사편찬위원회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총 산행 거리 6.8km, 소요 시간 2시간 51분. 수치로 보면 짧아 보이지만, 몸과 마음이 받은 충격과 감동은 결코 그 숫자에 담기지 않았다.
관악산 육봉능선은 위험하다. 그러나 그 위험 속에 자연이 빚어낸 가장 순수한 아름다움이 있다. 암릉을 오르는 두려움이 정상에서의 감동으로 바뀌는 순간, 이 산은 단순한 산이 아닌 삶의 교사가 된다. 육봉능선, 관양능선, 그리고 관악산 전체 — 다 아름다운 명산이다.
등산코스 : 국사편찬위원회 → 문원폭포 → 육봉능선 → 육봉국기대 → 관양능선 → 국사편찬위원회
산행 거리 : 6.8km / 소요 시간 : 2시간 51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