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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건일의 걷다보니

[배건일의 걷다보니 113회] 쉰음산·두타산·청옥산·고적대 종주

 

[경기남부뉴스 김정옥 기자] 삼척 무릉계곡을 품은 두타산(1,353m)과 청옥산(1,403m)은 예로부터 '무릉도원'이라 불릴 만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명산이다. 두타산 북쪽 능선에 자리한 쉰음산(670m)은 정상 부근에 50여 개의 크고 작은 우물이 흩어져 있다 하여 '오십정(五十井)'이라는 이름을 얻었는데, 이 우물들이 실제 산행 코스에서 물길처럼 이어지는 흔적을 남기며 독특한 정취를 자아낸다. 이번 산행은 이 쉰음산에서 시작해 두타산과 청옥산을 넘고, 날카로운 암릉으로 유명한 고적대(1,353m)까지 잇는 종주 코스였다.

 

한여름에도 겨울바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산행에서 몸으로 배웠다. 7월 27일 밤, 사당역에서 산악회 버스에 몸을 실은 순간부터 이 여정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밤새 달려 도착한 삼척 천은사 주차장, 그리고 새벽 3시 26분 헤드랜턴 불빛 하나에 의지해 내딛은 첫걸음. 그것이 열두 시간 넘게 이어질 종주의 서막이었다.

 

 

 

50개의 크고 작은 우물이 숨어 있다는 쉰음산으로 오르는 길, 동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오를수록 거세졌다. 정상 오십정(쉰우물, 670m)에 이르자 서 있기조차 힘든 강풍이 온몸을 밀어붙였다. 한여름 밤에 겨울 칼바람을 맞고 서니, 신기함과 동시에 저체온증 걱정이 스멀스멀 밀려왔다. 그 와중에도 어둠 사이로 번져오는 여명은 묘하게 마음을 가라앉혔다. 두려움과 감상이 뒤섞인 채, 강풍을 뚫고 두타산을 향해 고도를 높여갔다.

 

 

700m 가까이 이어진 오르막에 다리는 점점 무거워졌다. 흐린 날씨 탓에 붉은 일출은 볼 수 없었지만, 구름 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햇살과 산자락을 뒤덮은 운무가 그려내는 풍경은 그 자체로 하나의 위로였다. 그렇게 힘겹게 두타산(1,353m) 정상에 올라섰다. 빵 한 조각으로 숨을 고르고, 다음 목적지 청옥산을 향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오른 만큼 가파르게 이어지는 내리막, 운무에 젖은 길은 한 걸음 한 걸음이 조심스러웠다. 박달재, 문바위재, 학동을 지나며 잠시 숨을 돌리고, 다시 급경사를 올라 청옥산(1,403m)에 닿았다. 산 전체를 적신 운무 속, 젖은 길 위로 흐드러진 야생화들은 마치 천상의 화원을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연칠성령에 배낭을 내려놓고 가벼운 몸으로 고적대를 향했다. 평탄한 길을 500m쯤 걸었을 무렵, 눈앞에 솟은 뾰족한 봉우리를 마주하고서야 아찔한 긴장감이 밀려왔다. 남은 500m는 급경사의 연속이었고, 정상 직전 암릉 구간에서는 젖은 밧줄을 붙잡고 오르다 발을 헛디뎌 낭떠러지로 떨어질 뻔한 순간도 있었다. 그 밧줄이 아니었다면 어찌 되었을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그렇게 온몸으로 얻어낸 고적대(1,353m) 정상.

 

 

다시 연칠성령으로 돌아와 배낭을 챙기고 무릉계곡으로 하산 길을 잡았다. 긴 내리막 끝, 계곡물에 손과 얼굴을 씻어내며 지난 열두 시간의 여정을 몸에서 흘려보냈다. 그리고 오전 11시 37분, 무사히 주차장에 발을 디디며 산행을 마무리했다.

강풍 속에서도, 젖은 밧줄 하나에 생명을 맡기는 순간에도, 산은 늘 그만큼의 위로를 함께 내어주었다. 사람이 산에 오르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이번 종주가 남긴 것은 분명했다 — 두려움 뒤에 따라오는 안도,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을 함께 견뎌낸 나 자신에 대한 작은 신뢰였다.

 

등산코스 : 천은사주차장-쉰음산-두타산-박달재-문바위재-학동-청옥산-연칠성령-고적대-연칠성령-무릉계곡-무릉계곡주차장

등산거리 : 23.1km / 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