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날, 땀방울 송골송골 맺히는 산행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7월의 넷째 주 주말, 저는 충주 계명산, 음성 가섭산, 진천 두타산 1일 3산 종주라는 원대한 계획을 품고 새벽 3시 10분, 집을 나섰다.

충주호를 품은 계명산의 비경
계명산은 충주시 살미면에 위치한 산으로, 충주호와 주변 산들의 경치를 조망할 수 있는 명산이다. 대몽항쟁과 관련된 역사적인 의미도 지니고 있다.
새벽 어스름이 채 가시지 않은 5시, 충주 마즈막재 주차장에 도착하니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저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병풍처럼 둘러선 산봉우리 위로 충주호가 고요히 잠들어 있고, 그 위로 아침 햇살이 스며들며 빚어내는 장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한참을 넋 놓고 바라보다 드디어 계명산 산행을 시작했다.

초입부터 시작되는 가파른 계단은 대몽항쟁전승기념탑을 지나 정상까지 줄곧 이어졌다. 숨이 턱턱 막히는 경사에 “벌써 이만큼 왔나?” 싶을 정도로 시간이 더디게 느껴졌다. 1, 2전망대는 나무에 가려 시야가 좁았지만, 틈새로 보이는 월악산과 속리산의 웅장함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오를수록 불어오는 바람은 후끈 달아오른 몸을 식혀주었고, 오른쪽으로는 충주호, 왼쪽으로는 충주시내를 조망하며 걷는 길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특히 정상 아래 헬기장에서 마주한 충주호와 운무, 그리고 아침 햇살이 어우러진 비경은 이번 산행의 백미였다. 계명산 정상에서 인증 사진을 남기고 한참 동안 그 아름다움을 눈에 담고서야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힘들었지만, 그 모든 것을 잊게 할 만큼 멋진 풍경이었다!
계명산 산행의 꿀팁은 계명산은 가파른 경사가 많아 등산 스틱을 활용하면 무릎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새벽 산행 시에는 헤드랜턴을 꼭 챙기시고, 정상 부근의 헬기장에서 맞는 일출은 놓치지 말길.

미로 탐험…가섭산의 숲길
가섭산은 음성군 음성읍에 있는 산으로, 정상에 송신탑이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숲이 울창하여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계명산의 여운을 뒤로하고 다음 목적지인 음성 가섭산으로 향했다. 가섭산은 등산객이 많지 않아 더욱 고요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정상에는 MBC 송신탑이 우뚝 솟아 있었고, 숲이 워낙 우거져 길 찾기가 쉽지 않았다. 마치 미로를 탐험하는 듯한 기분으로 숲길을 헤치며 나갔다. 우여곡절 끝에 가섭산 정상과 봉화탑을 인증하고 다음 산행지로 이동했다.
가섭산 산행의 꿀팁은 가섭산은 길이 다소 희미할 수 있으니 등산 어플이나 지도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인적이 드물어 자연의 소리에 집중하며 걷기 좋다.

두타산…땀방울 속 지풍경을 만나다!
두타산은 진천군 초평면에 위치한 산으로, 육산이라 걷기 편하며 전망이 좋다. 주변에 초평저수지 등 관광 명소도 있어 연계 여행하기 좋다.
세 번째 목적지는 진천 두타산이었다. 예전부터 꼭 와보고 싶었던 곳인데 드디어 발자국을 남기게 됐다. 낮 산행이라 작렬하는 태양 아래 걷는 것이 만만치 않았지만, 두타산은 계명산과는 달리 완만한 육산이라 걷기 편했다.
중간중간 쉴 수 있는 의자와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었고, 정상에는 정자가 있어 고단함을 풀며 힘을 회복하기 좋았다. 진천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전망도 일품이었다. 뜨거운 햇볕 아래 흘린 땀방울만큼이나 값진 풍경이었다.
새벽의 계명산, 아침의 가섭산, 그리고 낮의 두타산까지. 1일 3산을 종주하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름은 열정과 정열이 무르익어 가는 계절이 아닐까? 가을에 맛있는 열매를 기다리듯, 저 또한 열정으로 인생의 맛있는 열매를 맺어 누구와도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산행이었다.
두타산 산행의 꿀팁은 두타산은 비교적 완만한 코스가 많아 가족 단위 산행에도 좋다. 정상 정자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전망을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