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묵은 생활 불편도 100일 만에 해결… 시민 목소리에 시정이 응답했다
“민원은 정책의 씨앗” 수원시, 민원 중심 행정으로 신뢰와 공감 쌓는다
‘민원’은 흔히 불편하고 번거로운 절차로 인식된다. 민원을 제기하는 주민은 지치고, 이를 처리하는 행정도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그러나 수원시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고, 시민과 행정이 소통하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다. 이름부터 눈길을 끄는 ‘폭싹 담았수다! 시민의 민원함’이 그 주인공이다.

수원시는 지난 5월 1일부터 시청과 구청, 44개 동 행정복지센터 등 총 50곳에 시민 민원함을 설치하고, 100일간 집중적으로 민원을 접수해 처리해왔다. 이민원함은 조선시대 백성이 직접 억울함을 호소하던 ‘상언’과 ‘격쟁’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으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시민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게 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8월 11일까지 총 1,658건의 민원이 접수되었고, 대부분이 시민의 삶과 직결된 생활불편이었다. 분야별로는 교통안전 501건, 도로건설 270건, 도시환경 346건, 공원녹지 247건 등이었다. 신청서 하나하나에는 시민의 절박한 사연과 직접 그린 지도, 손글씨 등이 담겼다.
수원시는 민원 하나하나에 적극적으로 응답했다. 접수된 민원은 매주 ‘민원컨설팅 TF’ 회의에서 집중 검토됐고, 관련 부서가 협업해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아 나섰다. 특히, 안전과 직결된 민원은 우선 처리 대상이었다.

30년 묵은 민원, 100일 만에 해결
입북동 ‘벌터’ 마을에 거주 중인 전상옥 씨(71)는 30년 넘게 상수도와 도시가스 없이 지하수와 LPG통으로 생활해왔다. 수도관과 가스관 연결을 수차례 호소했지만, 복잡한 이해관계로 해결이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전 씨가 ‘폭싹 민원함’에 간절한 마음으로 신청서를 넣은 뒤, 수원시가 직접 움직였다. 관련 부서와 현장 점검을 수차례 진행했고, 마침 도로 보상 협의도 마무리되면서 도로공사와 연계한 수도·가스 설치 공사를 올해 안에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현장을 찾은 이재준 수원시장은 “10년 넘게 풀리지 않던 생활 민원이 100일 만에 실마리를 찾았다”며 “행정이 움직이면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한 사례”라고 밝혔다.
소통하는 행정, 신뢰 쌓는 시정
민원에 대한 단순 회신을 넘어서, 수원시는 민원 처리 전 과정을 시민과 공유하며 ‘신뢰 행정’을 실현했다. 버스 배차 조정이나 정류장 시설 이전 등은 1차, 2차에 나눠 단계적으로 처리 계획을 안내했고, 일부 중앙정부 소관 사항도 직접 국무조정실에 건의하는 등 책임 행정을 보였다.
예를 들어, 혼인신고 간소화 민원은 중앙정부 권한임에도 수원시가 현황 분석, 개선 방안까지 정리해 국무조정실에 직접 개선을 건의했고, 진행 상황을 민원인에게 안내했다.

민원 데이터를 정책 기초로
수원시는 향후 민원 데이터를 분석해 동별 현안을 파악하고, 정책 방향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재준 시장은 “민원을 단순히 처리하는 도시가 아닌, 시민의 목소리에서 정책의 씨앗을 찾는 도시로 변화하겠다”고 밝혔다.
‘폭싹 담았수다! 시민의 민원함’은 수원이 추구하는 ‘응답하는 행정’의 대표적인 상징이 되고 있다. 수원시는 앞으로도 민원 접수부터 처리, 피드백까지 전 과정을 투명하게 운영하며, 시민이 체감하는 변화를 이끌어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