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왕성폭포는 해발 1320m 설악산 화채봉에서 발원하며 3단으로 되어 있고 국내 최장 320m이다. 또한, 석벽 사이로 천 길이나 날아 떨어지는 아주 멋있는 폭포로 비 온 다음 날부터 4일까지가 비경을 볼 수 있다. 병풍처럼 감싸 안은 암벽 한가운데 흰 비단을 널어놓은 듯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하얀 물줄기가 천상의 절경을 만든다.

8월 7일 새벽, 강릉 경포대 바다는 힘찬 파도소리가 고요한 아침을 깨우고 있었다. 시계는 오전 5시 40분을 가리키고, 수평선 위로 서서히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내, 그리고 제숙씨와 함께 마주한 그 순간 뜨거운 여름 속에서도 청명하고 신선한 바람이 뺨을 스쳤다. 해가 오르는 바다 앞에 서 있자니, 하루를 새로이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묘한 기대감이 차올랐다.
일출을 보고 돌아와서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에서 성경 말씀을 경청하며 시작한 하루. 시간은 어느새 정오를 지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속초 설악동으로 향했다. 오후 3시부터 비가 내릴 거라는 예보가 있어 마음이 조금 조급해졌다.
오후 2시, 우리는 속초 설악동에 도착했다. 아내, 제숙씨, 그리고 아내의 37년 지기와 함께 설악산에 발을 디뎠다. 목적지는 토왕성폭포 전망대. 걷기 시작한 길은 초입엔 평탄했고, 육담폭포까지는 삼삼오오 웃으며 걸을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 소리에 발길이 저절로 멈췄고, 아름다운 경관에 다들 연신 감탄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육담폭포에서 비룡폭포로 이어지는 길은 완전히 달랐다. 가파르게 이어지는 오르막, 거친 숨소리가 숲 속에 퍼졌다. 숨을 몰아쉬며 올라선 비룡폭포 앞에서 일행은 “여기서 쉬고 있을게, 당신 혼자 전망대까지 다녀와요”라며 웃음 섞인 포기를 선언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토왕성 폭포를 못보고가면 아쉬울거 같아 아내의 손을 이끌었다. 나무데크로 된 900계단을 하나씩 밟으며 전망대 쪽으로 향했다. 400미터의 고도를 오르면서 얼굴에는 땀이 비처럼 흘렀고, 등이 젖는 감각이 뚜렷이 느껴졌다. 가도 가도 폭포는 안나오고 연신 계단이다. 이미 지쳐버린 아내는 더 이상 못 간다며 계단에 앉아 버린다. 같이 따라온 친구도 포기할 모양이다. 혼자서 다시 계단을 오르는데, 나무 사이로 드러나는 경치와 숲의 숨결이 작은 위안이 되었다.

드디어 전망대에 도착했을 때, 기대했던 토왕성폭포는 일부만 가늘게 보일 뿐이었다. 살짝 아쉬움이 남았지만, 주변 풍경이 그 아쉬움을 덜어주었다. 산과 하늘, 그리고 발아래 펼쳐진 자연의 조화가 더없이 웅장했다.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내려오는데, 놀랍게도 포기했던 아내와 친구가 계단 난간을 잡고 천천히 올라오고 있었다. “못 가! 못 가!”를 외치던 사람들이 한 계단씩, 땀을 흘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아내와 그 친구의 모습에서 땀보다 빛나는 끈기와 우정을 보았다. 함께 오르지 않았다면 느낄 수 없었을 감동이었다.
포기하지 않고 힘겹게 올라온 아내에게 “당신의 의지와 노력에 깊은 감동하여 박수를 칩니다.”라며 응원의 박수를 쳐줬다.
올라오자마자 테크 의자에 드러누워 하늘을 보는 아내와, 나 숨차! 숨이 멎을 것 같아! 심폐 소생해야 할 것 같아! 라는 아내 친구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

3마리나 되는 다람쥐도 응원을 나왔는지 연신 옆에서 돌며 가질 않는다. 이 높은 곳에 사는 다람쥐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도 신기했다. 같이 사진도 찍고, 계속 올라오는 이들과 동병상련을 느끼며 서로 멋진 풍경을 뒤로 사진을 찍어준다. 올라갈 땐 “이 힘든 길을 왜 가냐”며 타박했던 아내가 ”이래서 사람들이 끝까지 오르는구나“라며 이야기를 한다. 잠시 쉬면서 안정을 찾은 뒤 안전하게 하산을 한다.
강릉으로 이동하는 중간에 복숭아를 사 먹었는데, 맛이 정말 꿀맛이었고 3시에 내린다던 비가 이제 내리기 시작한다.
✱등산일자 : 2025.08.07(목)
✱묏 부 리 : 465m
✱등산거리 : 7.9km
✱소요시간 : 2:59
✱등산코스 : 설악동탐방지원센터-설악동소공원-육담폭포-비룡폭포(281m)-토왕성폭포전망대(465m)-원점회귀
✱난 이 도 :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