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월산(1,083m)은 영남알프스 7산 중 하나로, 간월공룡능선의 절경과 다이내믹한 암릉이 특징. 신불산(1,209m)은 간월산과 능선으로 이어지며, 신불공룡능선을 통해 험준하면서도 탁 트인 조망을 자랑한다. 두 산 모두 바람이 강하고 경사가 심해 철저한 등산 준비한 필수인 코스이다.

5월 10일, 흐린 하늘과 거센 바람을 친구 삼아 다시금 영남알프스의 심장으로 향했다. 출발지는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목적지는 간월산과 신불산. 2023년 가을, 같은 코스를 한 번 걸었던 기억이 있어 익숙할 줄 알았건만 처음 가 본 산처럼 느껴졌다.
간월산 공룡능선을 오르기 시작하면서 몸은 금세 “이게 웬 고생인가”라는 신호를 보낸다. 1번에서 13번까지는 급경사의 육산 구간. 이건 마치 오르막 헬스계단을 끝없이 오르는 기분. 허벅지는 저릿하고 땀은 뚝뚝, 얼굴은 이미 붉은 고구마가 된다.
그리고 13번부터 진짜 ‘공룡’이 등장한다. 절벽, 밧줄, 암릉, 협곡… 무릎이 후들거리는 다이내믹의 연속이다. 어떤 구간은 두 손으로 기어오르는 수준. “이걸 왜 하러 왔지?”란 생각과 “근데 또 재밌잖아?”란 두 마음이 교차했다.
간월산 정상을 찍고 간월재를 지나 신불산으로 향한다. 바람은 이제 장난이 아니다. 후드가 펄럭이고, 땀냄새마저 바람에 씻겨나간다. 신불산 정상에 도착한 뒤 본격적인 신불공룡능선을 타기 시작하자 긴장감이 더욱 올라간다. 아무도 없는 바위 능선, 흐린 하늘, 매서운 바람. 여긴 그냥 자연 다큐멘터리다. 또한, 간월산과 신불산 능선 따라 흐드러지게 핀 철쭉은 거친 바람 속에서도 선연하게 피어 있어, 지친 산객의 눈과 마음을 사로 잡고 있었다. 해마다 철쭉이 필때면 아내가 하는 말 있다. “우리 언니는 철쭉을 제일 좋아해” 그 말이 생각 나 동영상을 열심히 찍어 전송을 해본다.

철쭉을 감상하며 걷던 중 강풍에 순간 중심을 잃고 휘청거릴 땐, 정말로 공중부양할 뻔했다. 공룡능선이라는 이름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마치 바람 속을 나는 새처럼, 아니 새가 된 줄 알았다.
암릉이 끝난 후의 급경사는 내리막 뛴박질의 시간이었다. 산악회 버스 출발 시간에 맞추려 무작정 달렸고, 그 와중에도 미끄러지는 등산객 몇을 지나치며 생각했다. “진짜 내가 미쳤지.” 하지만 그렇게 정신 없이 내려온 덕에, 도착해서 보니 내가 1등이라니. 버스에 오르는데 기사가 “일등이세요~”라고 다시 한번 확인해 주는 말에 피곤은 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23년 가을에 기념품을 받을 겸 해서 간월공룡능선&신불공룡능선을 탔었는데, 두 번째 같은 코스지만, 산은 전혀 똑같지 않았다. 날씨도, 내 몸 상태도, 자연의 움직임도 매번 다르니까. 그래서 산은 질리지 않는다. 오늘도 영남알프스에 또 한 번 빠져버렸다. 고생도 고생이지만, 그 고생 속에서 만나는 나 자신이 좋다. 그리고… 다음엔 또 새로운 길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