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세정 기자
▲안현지 교육부 인성교육선진교사 (강원도 교육청 ‘인성놀이문화연구회’ 회장이며 지역사회 교육지원 ‘하트톡’ 대표다)
최근에 필자는 우연히 ‘교사와 학부모 한편 되기’라는 주제 연수를 발견하고, 제목 자체에 대한 호기심과 의구심이 들어서 자발적으로 신청하고 발표를 한 적이 있다. 교사와 학부모는 원래 한편이다. 장소만 다를 뿐이지 두 편 모두가 우리 아이들의 성장을 기대하며 교육하는 위치인데, 무엇이 둘을 갈라놓았을까? 원래 한편인데, 한편이 되자고 하는 것을 보니까 오해가 생긴 것이 분명한 것이다.
사람이 정보를 잘못 해석하고 풀이해서 만든 사고방식을 오해라고 하는데, 마음에 오해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대화나 행동 속에 비협조적이거나 적대적인 모습이 나타나게 되고, 결국 그것이 일의 처리와 관계 형성에 여러 가지 문제를 만들어낸다. 오해를 하는 사람과 함께 지내면 다시 바로잡고 해명하는데 소모적인 에너지가 사용되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피곤함을 느낀다. 특별한 심리적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오해를 잘하는 게 아니라, 사실 인간은 누구나 오해를 할 수밖에 없는 심리적 성향을 갖고 있다고 한다. 오해와 관련된 심리학자들의 많은 연구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것 3가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 이론이다. 사람이 돈을 아끼듯이 우리의 뇌도 생각하는 데 쓰는 에너지를 최대한 아끼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언제나 뇌를 풀가동하다가는
정작 필요할 때 최대의 성능을 낼 수 없기 때문에 심각한 일이 아니면 평소에는 절전모드로 전환하여 단순한 방식으로 직관적인 판단을 내려버린다. 새로운 사람을 대할 때 자세히 알아보기 전에 인종, 지역, 학벌, 혈액형 등을 근거로 ‘대체로 그 사람은 그러하겠구나’라고 쉽게 판단해버리는 편견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둘째로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이론이다. 사람은 누구나 사실 여부를 떠나 자신의 견해 또는 주장에 도움이 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취하고, 자신이 믿고 싶지 않은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자기중심적 왜곡(myside bias)’이라고 표현하는데, 쉽게 말해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본다’라는 뜻이다. 내가 직접 보고 경험한 것을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정의를 먼저 내리고 그 다음에 본다.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들어와 있는 고정관념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세 번째는 ‘부주의맹(Inattention blindness)’ 이론으로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흰옷과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농구공 패스하는 1분짜리 영상을 만들어서 참가자들에게 보여준 후, 흰옷 팀의 패스 횟수만 세라고 했다. 사실 그 영상 속에는 고릴라 옷을 입은 사람이 9초간이나 무대 중앙으로 걸어 나와 카메라를 향하여 가슴을 두드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고릴라를 보지 못했다.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흰 옷 입은 사람에게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즉, 우리의 뇌는 자신이 인지해야 할 목표를 정하고 집중할 때, 다른 것은 쉽게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분명히 같은 화면을 보고 있었다는 생각 때문에 자신의 감각만을 고집한다면 오해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위와 같은 심리적 성향이 다 존재한다고 해도 모든 사람이 오해에 휩싸여 살지는 않는다. 오해라는 독을 해독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 중에서 가장 중요한 기초단계가 바로 위에서 언급했던 인간 내면의 심리현상을 알고,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정확히 인지하는 것이다. 내가 보는 것, 나에게서 올라오는 생각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할 때, 다시 확인하고 살펴보는 과정을 거치면서 2차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된다. 2차적인 사고는 1차적이고 즉각적인 감정에서 오는 많은 오류들을 걸러주고 새롭게 상황을 인식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 준다. 오해의 독을 해독하지 않고 그냥 마음에 쌓아두는 습관이 들면, 몸에 병이 들 듯이 마음에도 심각한 질환이 생길 수 있다.
교육 현장에 ‘오해’라는 독이 퍼지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오해로 인해 감정이 지치고 시간이 허비되어 정작 마음을 쏟고 집중해야 할 부분을 대충 넘어가게 되는 사례를 접할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오해를 해독하는 또 다른 이야기들은 다음 회차에 두 번째 이야기로 계속 이어가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