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옥 기자
이재명 대통령, 반복된 산재에 장시간 야근 구조 문제 지적
SPC그룹, 대통령 간담회 이틀 만에 야근 구조 개편 발표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하는 산업현장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누군가의 빵을 만드는 공장에서 노동자가 기계에 끼이고, 과로에 시달리다 목숨을 잃는다면 그것은 단순 사고가 아닌 구조적 방치이다.
이제 일터가 더 이상 생계가 아닌 생명을 위협하는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 사진: 대통령실
25일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 시흥의 SPC삼립 시화공장을 찾아 산업재해 근절을 위한 노사 간담회를 진행한 이후, SPC그룹이 이틀 뒤인 28일 8시간을 초과하는 야근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통령의 지적이 나온 지 이틀 만의 변화다.
이번 간담회는 SPC 노동자들이 반복적으로 유사한 사고로 사망한 현실에 대한 대통령의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당시 “일주일에 나흘을 밤 7시부터 아침 7시까지 12시간씩 일하는 게 가능한지 의문이 든다”며, 장시간 야간노동이 반복되는 구조 속에서 생긴 인재(人災)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지적 이후 SPC그룹은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8시간 초과 야근 폐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에는 동일한 야간조 근무자에게 12시간 연속 노동을 시키는 관행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간담회 자리에서 "생명을 귀히 여기고 안전을 위한 비용을 감수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며, 정부 역시 산업재해 예방에 모든 정책적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OECD 산재 사망률 최상위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산업현장이 곧 안전한 삶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SPC그룹은 지난해부터 연달아 발생한 사고로 인해 ‘안전불감증’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왔다. 2022년, 평택 공장에서는 한 노동자가 반죽기계에 끼여 사망했고, 이후 유사 사고가 잇따랐다. 당시 사측은 구조적 문제보다 개인 과실로 책임을 돌려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번 SPC의 결정은 단지 한 기업의 조치로 끝나지 않고, 장시간 노동에 의존해 온 산업 구조 전반에 경종을 울릴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이 직접 기업 현장을 찾아 생명의 가치를 이야기하고, 실제 제도 변화로 이어진 사례는 한국 산업안전 정책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는 것은 선택이 아닌 의무다. 생업을 위한 일터가 목숨을 걸어야 하는 공간이 아닌, 누구나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는 그날까지, 정부와 기업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