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옥 기자
"인내는 쓰디쓰지만 그 열매는 달다"는 말을 몸소 체험한 44.3km의 여정
평범한 어느 날, 동료 한 분이 갑작스럽게 던진 한 마디가 모든 것을 바꾸었다.
"지리산 성중종주 어때요?"
생각지도 못했던 제안에 차장님이 콜을 외치셨고, 나는 얼떨결에 "네, 가시죠!"라고 답했다. 그렇게 2박 3일의 장대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보름간의 준비 끝에 우리 세 명은 무궁화호 막차에 몸을 맡겼다.
지리산에서 본 아름다운 하늘 사진: 배건일, 경기남부뉴스
2025년 8월 29일, 17.3km / 11시간 7분
구례구역의 모습헤드랜턴의 작은 불빛만이 길잡이가 된 새벽 산행. 노고단고개로 향하는 길에서 느낀 뿌듯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곧 떠오를 일출에 대한 기대감이 무거운 배낭의 무게를 잊게 해주었다.
노고단 일출
노고단대피소를 지나 등산로 예약제 시간에 맞춰 오전 5시에 노고단고개를 통과했다. 그리고 마침내 노고단 정상에서 맞이한 오전 6시의 일출. 지평선 너머로 솟아오르는 태양이 운해를 물들이는 장관에 세 명 모두 말을 잃었다.
"와..."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표현이었다.
노고단고개로 내려와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다. 돼지령과 영걸령까지는 비교적 편안했지만, 노루목갈림길부터 반야봉까지의 구간은 만만치 않았다. 깔딱깔딱, 헉헉거리며 올라간 반야봉에서 삼도봉을 거쳐 연하천대피소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
첫날의 여독을 풀며 식사와 휴식을 취하는 동안, 우리는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2025년 8월 30일, 15.5km / 10시간 38분
새벽 4시 57분, 별들이 아직 하늘에 빛나고 있을 때 두 번째 여정이 시작되었다. 하루 동안 쌓인 쓰레기를 별도 가방에 담아 등산가방 위에 메달고 걸었다. 점점 늘어가는 무게가 제법 부담스러웠지만, 자연을 깨끗하게 지켜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버텼다.
벽소령 대피소 가기전 동료들과 한컷 사진: 경기남부뉴스
벽소령대피소로 가는 길에서 맞이한 일출. 각종 야생화들이 이슬을 머금고 있는 숲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벽소령대피소에서 라면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세석대피소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지리산 형제봉의 바위 사진: 배건일, 경기남부뉴스
덕평봉을 지나 세석대피소가 보이는 바위에 올라섰을 때, 사방으로 펼쳐진 웅장한 지리산의 파노라마에 숨이 막혔다. 칠선봉의 위엄과 영신봉의 험준함을 몸소 체험하며 세석대피소에서 식수를 보충했다.
촛대봉에서 바라본 세석의 모습, 그늘진 곳에서 미트볼로 해결한 간단한 점심. 연하봉에서의 잠시 휴식을 거쳐 오후 3시 35분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했다.
지리산의 변화무쌍한 운무 사진: 배건일, 경기남부뉴스
그날 저녁의 장관을 어찌 말로 표현할까. 구름 위로 비치는 햇살, 구름 속의 비가 만들어내는 안개, 순식간에 장터목을 덮었다 사라지는 운무의 변화무쌍함. 앞으로는 구름과 안개가 춤추고, 뒤로는 남해 방향의 맑은 하늘에 석양이 물들어가는 두 개의 하늘을 동시에 볼 수 있었다.
"여기서 보면 아침 같고, 저기서 보면 저녁 같네."
동료의 말처럼, 자연은 한 순간에도 수많은 표정을 보여주었다.
천왕복 정상석 사진: 배건일, 경기남부뉴스
2025년 8월 30일, 11.5km / 5시간 58분
밤 9시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새벽 12시 10분 동료의 코소리에 잠이 깼다. 결국 한숨도 못 자고 새벽 3시에 모두를 깨웠다. 이틀간 모아온 쓰레기 가방을 다시 등에 메고 새벽 3시 50분, 천왕봉을 향한 마지막 여정이 시작되었다.
어둠 속에서 수많은 등반객들과 함께 정상을 향해 걸었다. 채석봉을 지나 바위길을 따라가던 중 길을 잘못 들어 되돌아와야 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차장님의 지도 확인으로 올바른 등로를 찾아 정상을 향했다.
오전 4시 50분, 마침내 천왕봉 정상에 발을 디뎠다.
천왕봉 일출 모습 사진: 배건일, 경기남부뉴스
그리고 5시 59분, 지리산 천왕봉 정상에서 목격한 장관. 9시 방향 구름 속에서 번쩍이는 번개와 오른쪽에서 진하게 붉어지는 여명. 구름바다 위로 떠오르는 일출을 보며 정상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 순간, 2박 3일간의 모든 피로가 사라졌다.
로타리대피소까지의 급한 하산, 순두류를 거쳐 포장도로를 따라 중산리탐방지원센터로 향하는 길. 집중호우로 파손된 도로를 복구하는 모습을 보며 자연의 힘과 인간의 노력을 동시에 생각했다.
중산리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해 쓰레기를 분리배출하고, 샤워로 몸을 씻고, 식사를 하며 2박 3일의 여운에 잠겼다.
총 44.3km의 여정을 마치고 새마을호에 몸을 맡기며 돌아본 3일간의 기록. 무거운 가방 두 개를 메고도 거침없이 걸어간 나의 모습에 동료들이 건넨 칭찬이 괜스레 기뻤다.
하지만 이번 종주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인내'라는 깨달음이었다.
기다려주고, 함께해주고, 배려하는 마음. 나의 성급함과 조급함이 진정한 인내를 방해한다는 것을 알았다. 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고, 동료는 함께 가야 할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지리산 성중종주. 그것은 단순히 산을 걷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구름 위를 걸으며 얻은 인내의 지혜를 평생 간직하리라.
"산은 서두르지 않는다. 그래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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