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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수원을 새롭게 시민을 빛나게’의 주인공, 캘리그라피 김상훈
  • 기사등록 2025-09-16 08:23:11
  • 기사수정 2025-10-13 10:4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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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빛체는, 곧 ‘붓잡은 글씨꾼체’

글씨는 기술이고, 기술은 결국 예술이 된다


수원시 슬로건 작업을 계기로, 캘리그라피 작가 김상훈은 도시와의 정서적 연결을 더욱 깊이 했으며, 지역 작가들과의 협업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수원은 그의 작업이 자라고 뿌리내린 공간이다.


경기남부뉴스는 11일 수원 남창동 행궁사랑채에서 캘리그라피 작가 김상훈을 만나, 수원시 슬로건 작업 등 지역과 함께하는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Q. 안녕하세요김상훈 작가님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캘리그라퍼 김상훈

안녕하세요. 캘리그라피 작가 김상훈입니다. 저는 ‘붓잡은 글씨꾼’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이름에는 매일 붓을 들고 글씨로 삶을 표현하려는 제 작업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특히 ‘~꾼’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는데요, 익살스러우면서도 절대 가볍지 않은, 그 어감이 저와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Q. ‘새빛 수원이 어느덧 수원시 전체를 뒤덮었어요감회가 새로우실 거 같습니다그 스토리 좀 들려주세요.

'수원을 새롭게 시민을 빛나게' 슬로건(2022년)

수원시에는 자체 디자인팀이 있는데, 2022년에 운 좋게 그 팀으로부터 직접 연락을 받았습니다. 처음부터 확정된 작업은 아니었고, ’수원을 새롭게, 수원을 빛나게‘라는 문구로 캘리그라피 시안을 받아보고 싶다는 제안이었죠. 당시만 해도 실제로 사용될지는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작업 의뢰가 들어오면 먼저 컨셉 회의를 거친 뒤, 방향에 맞춰 3~4가지 글씨 시안을 제작합니다. 수원시 슬로건 작업에서도 여러 시안 중 제 스타일이 가장 잘 드러난 2번 안이 최종안으로 선택되었습니다. 특히 시민분들이 글귀와 글씨체의 조화가 좋다고 말씀해주셨을 때, 그 의도가 잘 전달되었다는 뿌듯함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의미 있고 성공적인 작업으로 기억됩니다.


‘새빛체’는 제 글씨, 곧 ‘붓잡은 글씨꾼체’입니다. 많은 분이 새빛체를 좋아해 주시는 건 제 손글씨를 인정해 주시는 것 같아 감사한 마음입니다. 앞으로도 사랑받는 글씨체가 되길 바랍니다.



 Q. 한글 캘리그라피가 스포츠 유니폼에 들어가게 된 배경은요?

KT 위즈 유니폼(2019년)

2017년쯤, 저는 KT 위즈 구단 근처 카페에서 캘리그라피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 수업을 계기로 구단의 직원 복지 프로그램에 출강할 기회를 얻었죠. 이후 디자인팀에서 한글 캘리그라피를 유니폼에 적용해보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평소 영문 레터링이 주를 이루던 유니폼에 한글을 시도하는 특별한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입니다.


 

Q. ‘과 돈키호테를 대표작으로 꼽으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상훈 작가의 대표작 '춤춤춤'(2017년)

‘춤’은 2017년 행궁 갤러리 전시에서 처음 공개한 작품인데, 관람객들이 글씨의 형태를 따라 몸을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큰 인상을 받았어요. 글씨가 단순한 메시지를 넘어서 직관적으로 감각을 자극하고, 행동까지 끌어낼 수 있구나 하는 걸 느꼈고, 그 이후로 글씨의 형태와 감각적 전달에 더 집중하게 됐습니다.


김상훈 작가의 대표작 '돈키호테'(2022년)

‘돈키호테’는 오랫동안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던 단어예요. 

“잡을 수 없는 별을 잡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운다.”라는 대사처럼, 비현실적일 만큼 도전적인 정신과 기백이 너무 인상 깊었고, 언젠가는 꼭 작업하고 싶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단어 자체에 집중하되, 풍차 같은 시각적 요소는 최소화하고, 글씨에 모든 의미를 담는 방식으로 풀어냈습니다. 이 작업은 정확한 기간보다도 반년 이상 마음속에 품고, 간헐적으로 다듬으며 완성한 작품이에요.


 

Q. 작가님께 전통이나 옛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국립한글박물관 국외파견(2018년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학당)

저는 기본적으로 붓을 베이스로 작업하고 있어요. 제 필명인 ‘붓 잡은 글씨꾼’에서도 이미 드러나듯이, 도구 자체가 전통적인 매체이고, 자연스럽게 ‘옛것’에 대한 접근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강병인 선생님이 ‘미생’의 타이틀 글씨를 쓰셨잖아요. 그분 강연에서 ‘법고창신(法古創新)’에 대해 설명해주신 말씀이 있었는데, 그게 너무 인상 깊어서, 제 작업과 좀 빗대어 얘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옛것이 곧 새로운 것이 될 수 있고, 새로움 또한 결국 옛것에서 비롯된다는 뜻입니다. 흔히 ‘유행은 돌고 돈다.’라고 하지만, 이 말은 단순한 반복을 넘어서 전통 속에 새로운 가능성이 담겨 있다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죠. 새로움은 언제나 과거의 뿌리를 딛고 자라난다는 점에서, 저는 전통과 창신(創新)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고 믿습니다.


 

Q. 글씨 작업을 하실 때주로 어떤 데서 아이디어를 얻으시나요?

저는 글씨 작업을 ‘작품을 만든다.’기보다 ‘글씨 근육을 단련한다.’라고 생각합니다. 10년 넘게 꾸준히 써오면서, 아이디어는 특별한 순간보다 꾸준한 훈련과 관심에서 나온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캘리그라피는 예술이자 기술이며, 붓을 다루는 매 순간이 곧 예술을 준비하는 시간이라고 믿습니다.

 


Q. 앞으로의 활동계획에 관해 이야기해주세요.

9월 27일부터 10월 4일까지 ‘수원 화성문화제’에서 여러 작가와 함께 마켓 부스를 운영하며 시민들과 소통할 예정입니다. 또한, 2026년 1월 27일부터 2월 23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글씨다움 展’이라는 전시를 열어, 그림과 글씨가 어우러진 작품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김상훈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글씨에 담긴 진심과 수원을 향한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수원이라는 도시와 함께 자라온 그의 글씨처럼, 지역의 정체성과 예술이 조화를 이루며 더욱 빛나기를 기대한다.

 


<‘</strong>붓잡은 글씨꾼’ 김상훈 약력 및 경력>

現) 교보문고 손글씨 문화확산위원회(손글씨대회) 위원 / 위촉(2024)

現) (주)삼성전기, 수원시 도서관 출강

前) 국립한글박물관 한글 캘리그라피 교육강사 / 위촉(2019-2023)

  • 2024 이슬라마바드 세종학당 한글날(578돌) 기념 캘리그라피대회 심사 / 파키스탄
  • 2022 수원특례시 <수원을 새롭게, 시민을 빛나게> 시정 슬로건 작업 / 수원특례시청

    2019-2022 <손으로 꽃피우는 한글> 캘리그라피 교육 / 국립한글박물관

    2018-2020 <신임사서 기본과정> 캘리그라피 특강 / 국립중앙도서관

  • 2018 국외파견(에스토니아 등 4개국) 한글 캘리그라피 문화체험 교육 / 국립한글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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