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복순 기자
GUCCI 2025 F/W
2025년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공개된 구찌(Gucci)의 가을/겨울 컬렉션은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과도기의 순간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이번 컬렉션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없이 구찌 내부 팀이 주도한 첫 쇼였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가장 강렬하게 시선을 끈 건 단연 퍼플(보라색)이다. 딥 퍼플, 라벤더, 말보라 등 다양한 톤의 보라색이 실크, 벨벳, 레이스 등 고급스러운 소재 위에 펼쳐지며 컬렉션 전체를 하나의 테마로 연결했다. 이 보랏빛은 구찌가 보여주고자 하는 복고적 낭만과 현대적 감각의 균형을 상징처럼 드러냈다.
이번 시즌에도 구찌의 시그니처인 Horsebit(호스빗) 디테일은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70주년을 맞은 이 모티프는 가방, 주얼리, 슈즈 등에 재해석되어 등장하며 브랜드의 유산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허문 실루엣, 섬세한 디테일, 구조적인 재단 등은 구찌만의 감각을 유지하면서도 새 시대를 향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Continuum(연속성)’이라는 이번 컬렉션의 이름처럼, 구찌는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변화와 전환을 예고하는 조용하지만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