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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토요일 새벽 3시에 차를 몰고 충북 영동군에 있는 천태산을 향해 떠난다. 늘 혼자만 다녔었는데 특별히 오늘은 동행자 아내와 아내의 37년 지기 친구와 함께 떠나는 길이 행복하고 좋다.


5시 30분에 천태산 공영주차장에 도착하여 산행 준비를 한다. 두 분의 동행자는 새벽 1시까지 일을 하느라 피곤해 차 안에서 잔다고 한다. 혼자 해뜨기 전 천태산 산행을 시작한다.


천태산 운무 사진: 배건일, 경기남부뉴스


천태산


천태산은 충북 영동과 옥천에 걸쳐 있는 명산으로, 해발 715m의 비교적 아담한 높이지만 기암괴석과 절경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산이다. 천태종의 본산인 영국사가 자리하고 있으며, 사계절 내내 다양한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인기 있는 산행지다.


삼단폭포를 지나며, 2년 전 비 오는 날 우중산행을 했던 천태산의 기억이 떠올랐다. 천녀 은행나무를 지나 처태산 등산로(A코스)로 진입하자, 서서히 고도를 높이며 오르기 시작했다. 아침 햇살을 등에 받으며 조망터에 이르자, 장엄한 일출이 눈앞에 펼쳐졌다. 정말 아름다운 광경과 자연의 섭리에 대한 감사와 감동이 마음 깊이 밀려왔다. 이후 암벽 구간을 타고 더욱 고도를 높이자, 마침내 천태산의 명물로 손꼽히는 대표 코스와 마주하게 되었다.


천태산 정상석과 오르는 길 사진: 배건일, 경기남부뉴스


75m대 슬림 구간으로 3단계로 나누어져 있고 경사도가 상당히 가파르다. 1단계는 짧은 구간으로 거의 80~85도의 절벽 구간의 로프를 잡고 오른다. 쉽게 올라 다음 2단계 구간 또한 로프를 잡고 오르며 옆으로 이동하며 좀 더 긴 구간을 오르니 숨이 가빠 오른다. 3단계 구간을 오르기 전 왼손으로 로프를 잡고 뒤를 바라보니 햇살이 비추고 주변 산들 사이에는 운무가 가득하여 장관을 이룬다. 3단계 구간을 온 힘을 다해 오르다 보니, 마침내 75m 대슬랩의 마지막 지점에 도착했다. 숨을 고르며 뒤를 돌아보니, 2년 전 비가 내리던 날 이 구간을 어떻게 올랐는지 새삼 떠오른다. 그 기억을 되새기며 다시 한 걸음씩 정상을 향해 나아간다. 마침내 정상 도착 후 인증을 하고 D 코스로 하산을 하는데, 운무가 산을 덮는 모습에 입을 닫지 못하고 감탄만 연속적으로 와~ 와~ 아름다워라 한다,


상어바위


은행나무 분기점에 와서 이번에는 다른 길을 택해 망탑과 상어바위 방향으로 올라간다. 상어바위 앞에 오니 아내가 바위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친구는 옆에 앉아 있다. 천태산은 못 오르고 둘이서 상어바위까지는 올라와 있었다. 상어 밥이 되면 안 돼! 농담으로 이야기를 하니 다 한바탕 웃는다. 내려오는 길이 경사가 지고 가파르긴 했지만, 계곡을 잠시 걸을 수 있었다. 주차장에 도착해 젖은 옷을 갈아입고 15분 거리에 있는 월영산 출렁다리로 이동을 한다.



월영산&부엉산


월영산은 충북 옥천에 위치한 해발 536m의 산으로, 조용하고 아담한 산세 속에 잘 정비된 등산로와 전망대가 있어 가볍게 오르기 좋다. 정상에서는 옥천 시가지와 주변 산들의 조망이 뛰어나며, 사계절 모두 산책하듯 즐기기 좋은 힐링 산이다.


월영산 정상석과 부엉산 정상석 사진: 배건일, 경기남부뉴스


부엉산은 월영산 인근에 있는 산으로, 험준한 암릉과 다양한 바위 지형이 특징이다. 특히 정상 부근에서의 조망이 뛰어나며, 다채로운 등산 코스가 있어 산악인의 발길을 끈다. 소박하지만 매력적인 중저산이다.


부엉산에 올라 출성다리와 멀리 금강이 보인다. 사진: 배건일, 경기남부뉴스


금강이 유유히 흐르는 월영산 출렁다리 밑 주차장에 도착하여 세 사람은 출렁다리 방향으로 테크 계단을 오른다. 나는 먼저 올라가 월영산 정상을 찍고 내려오려고 하는데 월영산 쉼터에서 등산로 폐쇄가 되어 있었다. 더는 못 가고 다시 출렁다리로 내려와 세 사람과 함께 출렁다리를 건넜다. 시원한 바람과 금강의 아름다운 월영산을 뒤돌아보니 웅장함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다들 감탄하며 건너가니 곧 부엉산 전망대가 나타난다. 조금 더 걸어가다 보니 쉼터에 이르고, 이곳에서 정상까지는 1km 남짓. 금방 다녀올 수 있으니 여기서 쉬며 기다리라고 하고, 나는 부엉산 정상을 향해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짧은 거리라 우습게 여긴 어리석음이 걷는 내내 반성으로 다가온다. 가파른 경사와 험난한 지형에 체력이 빠르게 소진됐지만, 이를 버티고 부엉산 정상에 힘겹게 도착했다. 정상에서 보는 금강을 품은 월영산과 부엉산. 이 또한 장관이다. 쉼터까지 내려오니 두 사람은 안 보여 아이스크림 판매자에게 물으니 좀 전에 내려갔다 하여 원골인공폭포로 부지런히 내려간다.


원골 인공폭포와 도리뱅뱅이 사진: 배건일, 경기남부뉴스


원골인공폭포는 11시부터 작동되어 시원하게 쏟아지는데 시원함과 폭포수가 내리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폭포수를 바라보며 원골유원지 식당에서 점심을 즐기니, 자연 속에서의 한 끼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기분 좋은 여운을 안고, 이제 장령산자연휴양림으로 향한다.



장령산


장령산은 충북 옥천에 위치한 해발 656m의 산으로, 울창한 숲과 맑은 계곡이 어우러진 자연경관이 뛰어나다.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가족 단위 탐방객도 많으며, 장령산자연휴양림을 중심으로 산림욕과 힐링을 즐기기에 좋은 산이다.


장령산자연휴양림 입구에서 주차료를 지급하고 입장하니 사람과 차들이 너무 많고 옆 계곡에서는 시원하게 물놀이 하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린다. 장령산 음악당에 주차하고 치유의 숲길을 걷다 아내와 친구는 계곡에서 쉬고 있을 테니 이번에도 혼자 등산하고 내려오라 한다. 그리하여 장령산 산행을 시작한다.


장령산 사진: 배건일, 경기남부뉴스


제1 전망대를 향해 편안한 테크길을 걷다 갑자기 등산로가 나와 순간 당황했다. 숲길이 험하고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다 테크길이 또 나온다. 테크길 곳곳마다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다.


제1 전망대 오르는 구간의 테크 계단은 거의 사다리처럼 가파르고 끝이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한참을 더 올라야 하고 뒤를 보니 현기증 날 정도로 머리가 어지럽다. 힘을 내어 제1 전망대에 도착해 숨을 고르고 주변 풍경을 감상한 뒤, 비교적 수월하게 제2 전망대로 향했다. 경관은 제2 전망대가 가장 뛰어나다. 이어지는 오르내림을 지나 제3 전망대에도 무리 없이 도착했다.


이곳부터 정상까지는 1km라는 표지판을 보고 부엉산에서의 자만을 버리고 묵묵히 비탈진 구간을 오른다. 너무 가파르고 무더운 날씨에 지쳐 물과 포도당을 섭취했다. 너무 힘든 탓인지 다리에 쥐가 나 다리 운동하며 쉬기를 반복하며 장령산 정상 도착한다. 그늘진 정상에서 충분히 쉬니 컨디션이 돌아왔다. 다시 힘을 내 장령정 못 간 삼거리 지점에서 1.8km 관리사무소 방향으로 급경사를 하염없이 내려간다. 1일 4산 조금은 무리한 산행을 마치고 안전하게 산행을 마무리한다.


1일 4산이라는 다소 무리한 일정이었지만, 그만큼 깊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스스로에 대한 도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뜻깊은 산행이었다.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그 모든 과정이 결국은 성취감과 감동으로 되돌아왔다. 자연의 품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함께한 이들과 소중한 시간까지 더해져 오늘의 산행은 단순한 등산을 넘어 삶의 한 페이지로 오래 기억될 것 같다.


1일 4산 등산거리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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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8-27 14: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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