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옥 기자
속리산 국립공원은 충청북도 보은군과 경상북도 상주·문경에 걸쳐 있는 국립공원으로, 1970년 지정되었다. 대표 봉우리인 천왕봉(1,058m)을 중심으로 빼어난 산세와 계곡, 법주사 등 문화유산이 조화를 이루며 사계절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속리산국립공원 사진: 배건일, 경기남부뉴스
9월 6일 자정의 출발, 새벽 3시의 산행 시작, 그리고 6시 정상에서 맞이할 일출. 완벽한 계획이었다. 그러나 하늘은 다른 뜻을 품고 있었다. 흐린 새벽과 비 예보 앞에서 아쉬움을 삼키며 모든 일정을 3시간씩 뒤로 밀었다. 때로는 자연 앞에서 겸손해지는 것이 등산의 첫 번째 교훈이다.
새벽 5시 30분, 속리산 소형주차장에 발을 디뎠다. 세조길을 따라 걷다 세심정 갈림길에서 잠시 문장대를 생각했지만, 마음은 이미 천왕봉을 향하고 있었다. 발길을 돌려 서서히 고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저멀리 안개속에 멋진 소나무 한그루 사진: 배건일, 경기남부뉴스
흐린 하늘 아래 안개가 자욱했다. 바로 앞만 보이는 상황에서 오로지 땅만 보고 걸었다. 그렇게 묵묵히 걸음을 옮기다 상환석문이 나타났고, 더 나아가 배석대에 이르렀다. 높이 솟은 거대한 바위 위에 홀로 서 있는 소나무 한 그루. 그 순간 탄성이 절로 터져 나왔다. "와, 저런 모습을 보다니!"
가파른 경사의 힘든 구간을 오르자 능선 삼거리가 나타났다. 정상까지 0.6km, 문장대까지 2.9km라는 이정표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600m 높이의 정상을 향해 마지막 걸음을 내디뎠다. 오늘 처음 만난 등산객과 인사를 나누며 천왕봉 정상에서 인증샷을 찍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천왕봉 정상석과 풍광 사진: 배건일, 경기남부뉴스
능선길을 따라 석문을 지나 안개가 더욱 짙어진 비로봉과 입석대에 올랐다. 시원한 강풍이 얼굴을 스쳤다. 문득 23년 7월 1일, 바로 이 자리에 앉아 장관을 이룬 풍광을 바라보던 기억이 떠올랐다. 오늘은 흐린 날씨가 아쉬웠지만, 그것 또한 속리산이 선사하는 또 다른 정취였다.
원숭이바위를 지나 신선대, 청법대, 문수봉을 거쳐 문수대에 도착했다. 문수대전망대를 둘러보고 쉼터에서 빵과 음료로 허기를 달랜 후 세심정 방향으로 하산길에 올랐다. 내려오는 구간은 예상보다 길고 험했다.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디디며 세심정에 도착하고, 세조길을 따라 상수도보호저수지 길을 통해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야생화와 정이품송 사진: 배건일, 경기남부뉴스
속리산의 풍경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곳곳마다 흐르는 계곡은 수량이 풍부했고, 울창한 나무들과 각종 야생화가 산길을 수놓았다. 하산 후에는 천연기념물 정이품송을 만났다. 그 위엄 있는 자태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말티재 12굽이길 사진: 배건일, 경기남부뉴스
마지막으로 말티재 12굽이길 전망대에 올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의 장관을 내려다보았다. 백두대간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속리산에 다시 한 번 감탄하며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옮겼다.
흐린 날씨가 선사한 예상치 못한 선물이었다. 맑은 날의 화려한 풍광도 좋지만, 안개에 싸인 신비로운 산의 모습 또한 깊은 여운을 남겼다. 자연은 언제나 우리의 계획을 넘어선 감동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