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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기획

[특별인터뷰] “800번의 반복으로 쏘아올린 2위”···17세 김태현의 도전과 성장

제106회 전국체육대회 리커브 남자 고등부 개인전 2위 김태현(효원고)

[경기남부뉴스 홍복순 기자]

 

 

전국체전 메달 뒤에는 아무도 보지 않는 시간이 있다.

하루 800번의 빈 활, 같은 자세를 무한 반복하며 묵묵히 자신의 한계를 넘는 17세 양궁선수 김태현(효원고). 초등학교 3학년, 우연처럼 시작된 양궁은 어느덧 그의 인생을 이끄는 중심이 되었고, 김태현은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향해 당당한 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지난 11월 26일, 경기남부뉴스는 전국체전 리커브 개인전에서 2위를 차지한 김태현 선수를 효원고에서 만나 그의 성장 과정과 목표, 그리고 활 끝에 담긴 마음을 들었보았다.

 

Q). 전국체전에서 개인전 2위를 차지했는데, 소감이 어떠한가요?

A. “소년체전에서 이제 고등학교 올라와서 전국 체전을 처음 뛰게 됐는데, 열심히 노력한 만큼 개인적인 성과가 있어서 정말 좋았던 것 같습니다.”

 

Q). 양궁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나 특별한 이야기가 있을까요?

A. “안산에서 양궁을 할 수 있는 초등학교가 성포초등학교 한 곳뿐이었고, 마침 제가 그 학교에 다니며 양궁 수업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됐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코치님께서 제게 양궁을 권하셨는데, 많은 학생들 중에서도 제가 유난히 침착해 보였다고 하시더라고요. 양궁은 침착함이 중요한 종목이라 그 점을 높이 보신 것 같습니다.

 

이후 성포중을 거쳐, 효원고등학교로 진학했습니다.“

 

Q). 활을 놓는 순간 ‘이건 맞았다’ 하고 직감하는 때가 있을텐데, 어떤 느낌인지 설명해줄 수 있나요?

A. “하루에 연습을 약 800발 정도씩 쏘면서 10점에 들어가는 것과 8점으로 나가는 것이 크게 차이가 나요. 선수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화살이 손끝에서 빠져나갈 때 그 빠짐의 느낌이나 활이 나가는 날개 힘이 또 달라요. 제가 원하는 힘에 딱 깔끔한 슈팅이 떨어졌을 때 10점에 박히는 순간이 있는 거 같습니다.

 

손끝에서 활을 놓기 때문에 깨끗하게 놔주지 않으면 활의 진동이 커져요. 자세도 물론 중요하지만 마지막에 활을 가볍게 들어서 손 끝에 들어왔을 때 자신있게 놓아주고 깔끔하게 10점 방향으로 나가줘야 10점을 맞출 수 있는 순간이 나옵니다.

 

원하는 점수에 딱 맞았을 때는, 제가 연습했던 게 시합장에서 그대로 나왔다는 느낌이 들면서 그 맛에 양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표정은 크게 드러내지 않아요. 양궁 선수들은 아무래도 크게 동요하면 안 되기 때문에, 저는 10점에 맞든 십수발이 연속으로 나오든 한결같은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다음 발에도 10점을 넣어야 하니까요. 속으로만 ‘이 느낌 좋다, 이 느낌 그대로 다시 한 번 해보자’라고 생각하면서 집중을 이어갑니다.

 

반대로 점수가 생각보다 안 나오는 날도 있는데, 저도 올해 그런 순간들이 꽤 있었고 계속 배워가는 중입니다. 안 맞는 날에는 좀 더 과감하게, 손끝에서 잘 놔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쏘다 보면 화살 모양도 좋아지고요. 경기력이 안 좋아도 손끝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속으로는 ‘오늘은 그냥 안 맞는 날인가 보다’라고 생각하면서 경기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Q). 훈련이 힘들거나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을 텐데, 멘탈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A.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생각날 때마다 저는 목표가 항상 더 나아가야 하는 생각 때문에 더 열심히 하고 코치님이 가르쳐 주시는 거 잘 습득해서 경기 중에 잘 나올 수 있도록 노력 중입니다.”

 

 

Q). 입상을 하면 주위의 관심이 더 많아질 텐데, 부담감은 없나요? 

A. “저는 분명히 부담감이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선수로서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도 생기고, 기대감도 있지만, 중3 때 성적이 워낙 좋았어서 주변에서 “고등학교 올라가면 얼마나 잘하겠냐”는 말들을 많이 들었던 경험이 있어요. 그때 약간 부담 아닌 부담이 있었지만, 저는 그것을 저를 향한 관심이라고 받아들였고, 하나의 큰 성장으로 느꼈습니다.

 

이런 부담감도 결국 올림픽에 나가 대한민국 대표로 뛰는 부담감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그 또한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입니다. 내년에도 다시 재정비하면서 올해 부족했던 점을 채워 나갈 계획이고, 부담이 조금 있어도 저는 그 부담을 즐기는 편입니다.“

 

 

Q).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저희는 올림픽에 나가서 금메달 따는 게 최종 목표고, 그 후에도 올림픽에 계속 나가면서 선수 생활을 오래 하고 싶습니다.

 

올해 저는 2025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차를 통과해서 24명 안에 들었고, 2차에서 20명으로 줄이는 과정에서 떨어지게 됐습니다.

 

내년에 국가대표 선발전을 뛸 수 있는 자격이 다시 주어지는데, 올해 부족했던 부분들을 재정비해서 내년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도전하려고 합니다. 일단은 내년 시즌에 메달이 좀 있어야 하고, 고등학생에서 몇 명, 대학부·일반부에서 몇 명 이런 식으로 모아서 최종적으로 64명, 32명, 20명, 8명 이렇게 줄여 나가는 방식입니다.“

 

Q). 마지막으로 MZ 김태현으로 현재 가장 큰 관심사나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요?

A. “관심사는 워낙 운동을 좋아해서 다른 스포츠에도 관심이 많아요.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농구나 배드민턴 같은 종목에 더 관심이 있고요. 그래서 심야 시간이나 점심시간에는 친구들이랑 같이 농구도 하고 배드민턴도 치고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인터뷰 내내 김태현 선수는 자신의 성적보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다시 도전하는 과정을 강조했다. 부담감을 즐기고, 흔들림 없는 포커페이스로 시합을 이끌어가는 그는 아직 17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성숙한 태도로 양궁을 대하고 있었다.

 

기자가 국가대표 김태현으로 다시 인터뷰를 요청드리면 응해줄 것이냐고 묻자 그는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는 꼭 국가대표로서 만나고 싶다는 그의 대답처럼, 손끝의 감각으로 열어갈 그의 여정이 머지않아 태극마크와 함께 빛나길 기대해본다.